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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명박근혜 정권 9년, 공영방송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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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리뷰] 최승호 피디의 새 영화 ‘공범자들’

정권은 어떻게 한국방송·문화방송을 점령했나

300여명 징계·해직 낳은 언론인 저항사이기도

세월호·최순실 사태 이후 ‘기레기’라는 모멸도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국민도 힘 보태주길”



한겨레

영화 <공범자들>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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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들 산다. 잘들 살아.”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이 철저하게 망가진 ‘이명박근혜 정권’ 동안 언론을 망친 ‘공범자들’은 말 그대로 등 따습고 배부르게 잘 살아왔다. 영화의 첫머리, 문화방송 한 전직 간부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만찬을 즐기는 공범자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최승호 피디(PD)가 내뱉은 자조 섞인 이 한 마디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머릿속을 맴돈다. 한때 문화방송 간판 시사프로그램이었던 <피디수첩>을 이끈 최승호 피디가 만든 영화 <공범자들>은 지난 9년 동안 벌어진 공영방송 잔혹사의 적나라한 기록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자백>에 이은 최 피디의 두 번째 작품이다.

<공범자들>은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두 공영방송이 걸어온 몰락의 길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촘촘하게 담아낸다. ‘점령-반격-기레기’라는 세 개의 장으로 나눠 공범자들이 어떻게 공영방송을 점령했는지, 그에 맞서 언론인들이 어떻게 저항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영방송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차례로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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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범자들>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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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의 언론탄압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보도’를 시작으로 본격화된다. 2008년 8월8일, 정권은 정연주 당시 사장을 강제 해임하려고 한국방송에 공권력을 투입한다. 경찰에 점령당한 한국방송의 모습은 공영방송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비판적인 보도에 앞장섰던 시사프로그램은 연이어 폐지된다. 그 자리는 낯뜨거운 정부 홍보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미디어포커스>가 폐지된 자리에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같은 코너가 생기는 식이다. 문화방송도 정권이 휘두르는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다. ‘광우병 보도’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알렸던 <피디수첩> 제작진은 줄줄이 수갑을 찬 채 체포당한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기자·피디 등 구성원들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파업과 제작거부 등으로 맞섰지만, 해직이나 정직 등 무더기 징계를 당하거나 비제작 부서로 발령이 난다. 뉴스를 만들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스케이트장 청소를 하는 모습에선 실소가 흘러나온다. 이렇게 ‘저항’에 대한 끝없는 ‘탄압’이 바로 공영방송의 지난 9년 역사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두 공영방송의 보도행태는 국민에게 불신을 넘어 분노와 절망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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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범자들>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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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아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않게 스펙터클하다. 공범자들의 뒤를 쫓는 최승호 피디의 추격전은 어떤 액션스릴러보다 박진감이 넘치고, 공범자들의 말과 행동은 어떤 코미디 영화보다 우습다. 공영방송 수호를 위해 울부짖는 언론인의 모습은 어떤 감동드라마보다 슬프다. 공영방송 흑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앎의 기회’가, 잘 아는 사람에게는 ‘복습의 계기’가 될 법하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공범자들은 그대로고 공영방송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온갖 탄압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저항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다.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해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는 영화의 엔딩은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싸움에 국민이 관심과 성원을 보태야 할 이유를 말해 준다. 최승호 피디가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대신 영화라는 한층 더 대중적인 저널리즘 도구로 관객을 찾은 까닭이기도 하다. 17일 개봉.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잉여싸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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