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 역할은 신고리 5, 6호기 중단 여부 결정이 아니라 설문조사와 공청회·토론회 실시, 최종 판단을 내릴 시민배심원단 구성 등이다. 공론화위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이를 뒷받침한 국무회의 결정에 따라 구성됐지만 원전 공사 중단이라는 국가적 대사(大事)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신고리 5, 6호기는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8∼2030년)에 따라 각각 2021년, 2022년 준공 목표로 2016년 첫 삽을 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제기된 안전 대책까지 반영돼 전문가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38개월 동안 안전성 여부를 검토한 뒤 건설을 승인했다. 그렇게 시작된 원전 건설을 시민배심원들이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이해하고 중단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은 인기투표와 다르지 않다. 독일은 원전 폐쇄 결정까지 25년 동안 공론화 과정을 거쳤고, 스위스는 1984년 이후 5차례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결정했다.
정부는 17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구성을 위한 국무총리 훈령을 관보에 게재하고 일주일 만에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가 2009년 방사성폐기물관리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2012년 공론화 결정 이후에도 1년간 각계 의견을 들은 뒤 출범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친 몰아붙이기다.
어제 취임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지금이야말로 탈원전, 탈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인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하고 그 흐름에 선승(先乘)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탈원전은 대만, 벨기에 등 일부 국가의 정책인데도 이를 ‘세계적인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로 규정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출범을 바로 앞두고 해당 부처 장관이 한 발언이라는 점도 공정과 중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 공론화위는 이해와 소통이라는 기본 원칙이라도 지키면서 투명하게 여론을 이끌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훗날 공론화라는 이름 뒤에 숨은 정권의 들러리라는 오명만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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