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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과로노동’ M버스 사고…“‘일간 휴식’제도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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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럽선 날 바뀔때 최소 11시간 휴식 보장

한국선 일 최대 노동시간 규제 아예 없어

자동차운수법에도 ‘8시간 휴식’ 규정 있지만

국토부·지자체 단속 손놔…벌칙도 솜방망이



지난 7일 2명이 숨진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교통사고는 운전기사가 전날 18시간을 근무한 뒤 7시간 반 만에 운전대를 잡는 ‘과로’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인 탓에 노동시간 규제와 휴식시간 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법 개정을 통해 유럽국가들처럼 퇴근 후 다음날 출근하기까지 최소한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운수업에 한해 이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법 제도가 있지만 국토교통부와 지자체들이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2일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가 지난 5월 발간된 <전환기의 노동과제>에 수록한 ‘휴식제도의 개정을 통한 실근로시간 단축방안’이라는 논문을 보면, 강 교수는 “현행 근로기준법은 노동시간의 길이 규율에서 가장 중요한 1일 근로시간의 최대한도조차 없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12시간의 연장근로를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하루 최장 노동시간에 대한 규율은 없는 상태다.

유럽국가들은 근무 중 ‘휴게’와 주당 휴식시간인 ‘주휴일’, 연간 휴식에 해당하는 ‘연차휴가’에 더해 ‘일간 휴식’ 제도를 두고 있다. 오늘 근무를 마친 뒤 내일 출근하기까지의 휴식시간을 말하는데, 독일과 프랑스는 이 일간 휴식을 최소 11시간으로 보장한다. 만약 한 노동자가 저녁 8시에 일을 마쳤다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는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완전히 해방돼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에도 업종별 특례가 있어, 운수업의 경우 독일은 1시간, 프랑스는 2시간 이내의 단축을 허용하지만, 다른 일간 휴식 때 이 휴식시간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강 교수는 “하루 노동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일간 휴식 제도”라며 “현행 근로기준법상 무한정한 연장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버스노동자들에게 이같은 ‘일간 휴식’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봉평 터널에서 발생한 전세버스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해 지난 2월2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 및 전세버스운송사업자는 버스 기사의 출근 후 첫 운행 시작 시각이 이전 퇴근 전 마지막 운행 종료 시각으로부터 8시간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토부와 처분관청인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국토부든 지자체든 최소휴게시간에 대해 단속을 해야 하지만, 노조의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모두 손을 놓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조가 경기 오산시의 오산교통의 최소휴게시간 미보장에 대한 민원을 냈지만, 국토부는 오산시로 이관했고 오산시는 지난 4월 노조에 “관련규정(최소휴게시간 보장 등)을 적용하는 데 있어,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이 심각한 불편이 예상됨에 따라 대책을 오산교통과 협의하고 있다”며 “휴식시간 보장을 위한 주요노선에 대한 운행시간표를 순차적으로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노조는 모든 버스에 운행기록장치가 장착돼있는 만큼,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이를 최소휴게시간 위반 등을 단속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맹 관계자는 “오는 18일부터 개정 교통안전법 시행돼 국토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버스에 장착된 운행기록장치의 최소휴게시간·연속근무시간 정보를 얼마든지 손쉽게 받아볼 수 있는데도 이를 위한 전산시스템 개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단속이 이뤄져도 가할 수 있는 제재는 ‘솜방망이’ 수준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에서 버스노동자가 휴게시간 등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가해지는 벌칙은 과징금 180만원 또는 사업 일부 정지 수준에 그친다.

강성태 교수는 “이번 사고는 가산임금만 주면 하루 몇 시간을 근무를 시켜도 아무런 규제도 없는 후진적 법 제도가 조장한 것”이라며 “개발 시대에 목숨과 안전을 담보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통해 편리함을 추구하고자 했던 노동법은 당연히 바꿔야 하고, 다중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대해선 훨씬 엄격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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