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에 연연해 판단을 그르치는 것을 ‘콩코드의 오류’라고 한다. 콩코드(Concord)는 1962년 영국과 프랑스가 힘을 합쳐 만든 세계 최초 초음속 여객기다. 세련된 디자인과 마하 2.04에 이르는 빠른 속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속도에 중점을 두고 몸체를 너무 좁게 설계해 탑승 인원이 100명밖에 되지 않았고, 연료 소모량은 많았다. 타 기종의 일등석보다 20%나 요금이 비싼데다, 비행거리가 짧아 취항할 수 있는 노선도 한정돼 사업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두 나라 정부는 투자비가 아깝고 그만두는 것은 체면도 구기는 일이라, 사업을 계속 끌어갔다. 결국 적자가 크게 늘어나고 2003년에야 상업 비행을 중단했다.
심리학자 핼 아크스와 피터 에이턴은 1999년에 발표한 ‘매몰비용과 콩코드 효과: 인간은 하등동물들보다 덜 합리적인가?’란 논문에서 매몰비용에 연연하는 것이 성인 인간 특유의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재화를 낭비하고 있다고 손가락질받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지난해 6월 착공한 신고리 5, 6호기를 계속 건설할지는 시민배심원단한테 판단을 맡기기로 했다. 그러자 이미 공사비가 1조6천억원이나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돈으로만 따질 게 아니고 ‘국민의 안전’을 우선 고려해야 하는 게 원전 정책인데, 거꾸로 매몰비용에 더 연연한다면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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