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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대통령-재벌 만남’, 새 정부에선 다른 결과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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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첫해인 2013년 8월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기업 회장단과 오찬을 함께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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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4대그룹과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곧 만날 계획이다. 새 정부와 재벌의 만남은 처음이지만, 역대 정부에서는 종종 있었던 일이다. 재벌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춰볼 때 정부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과 재벌의 만남은 대부분 재벌개혁의 후퇴나 정경유착과 같은 불행한 결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반년 뒤인 2013년 8월말 10대그룹 회장과 간담회를 했다. “기업들의 투자·고용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기업 의견에 귀 기울여달라.”(허창수 전경련 회장)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박근혜)는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정책이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급선회하는 전환점이 됐다. 대통령과 재벌총수의 독대는 최악의 정경유착으로 이어졌고, 탄핵의 결정적 사유가 됐다.

대통령과 재벌의 만남이 바람직하지 못한 결실은 본 것은 진보 정권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벌개혁에 성공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취임 석달 뒤인 2003년 6월 서울 효자동 삼계탕집에서 총수들과 만난 뒤 그 약속은 빛이 바랬다.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갔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재벌개혁 후퇴의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대통령을 지지했던 상당수 개혁진보진영마저 등을 돌렸다.

강철규 공정위원장도 한해 뒤인 2004년 5~6월 4대그룹 총수와 연쇄회동을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기업지배구조나 경영 투명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여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재벌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재벌 금융사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강화방침 후퇴,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한 출자총액제한제의 완화,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지주회사제의 완화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재벌은 개혁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지주회사제 규제 강화, 재벌 금융사의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강화를 약속했다. 참여정부의 오류를 10년 만에 바로잡는 셈이다.

대통령과 재벌의 만남은 왜 ‘불륜’으로 이어졌을까? 1차적으로 과거 보수정권의 태생적 한계를 꼽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달리) 재벌과의 정경유착이 자살행위임을 잘 안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경험에 비춰볼 때 단지 정권의 성격만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경제철학과 비전이 중요한 까닭이다. 정부가 재벌에 의존한 성장정책에 매달리는 한 재벌의 입김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참여정부의 개혁 실패와 관련해 “경제에 자신이 없다 보니 재벌과 관료에 포획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그런 점에서 과거 정권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재벌 의존 성장전략을 폐기하고, 불평등 해소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더불어성장’을 경제정책의 새 패러다임으로 강조한다. 김 위원장도 “오늘 모임이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맞게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과거와 같은 행동을 계속하면 엄정하게 법집행을 하겠다”고 재벌에 매달리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곽정수 경제에디터석 산업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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