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없으면 주위 사람이 답답해해 / 일본은 아날로그식 생활 즐기는 풍조
아이들이 크면 바빠서 같이 식사할 시간도 없게 된다. 그래도 가끔 같이 식사할 기회가 생기면 그 시간은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아이들은 밥을 먹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 손에 스마트폰을 대고 정신이 없다. 같이 식사하는 시간만큼은 휴대전화기를 보지 말고 오랜만에 서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아이를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나갈 때부터 손에 휴대전화를 잡고 집에 돌아와서 잠자기 전까지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비단 우리 집뿐 아니라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경향인 것 같다. 나 자신도 생각해 보면 항상 폰을 가까이에 놓고 생활할 때가 많다. 현시대 스마트폰의 영향력은 정말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요즘은 내 휴대전화가 켜지지 않거나 갑자기 꺼지거나 한다. 마침 우리 집 고장 난 TV처럼 증상이 비슷하다. 지난번 TV를 고치러 온 기사님이 TV와 휴대전화는 비슷한 구조라는 말이 돌연 생각났다. 남편이 “TV도, 휴대전화도 멈출 때까지 끝까지 쓰자”라는 말에 동의해 지금까지 좀 불편하지만 계속 쓰고 있다.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생활화된 물건들이 과연 정말 필요한 것일까 생각해 봤다. TV는 있으면 시끄럽고 없으면 심심하다. TV는 컴퓨터로도 볼 수 있고 휴대전화는 없어도 집전화나 직장에 있는 전화로 대신할 수 있다. 차를 운전할 때는 휴대전화가 없으면 좀 불안하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평소 운동부족도 해소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더욱 그렇다. 없어도 집이나 직장에 있는 컴퓨터를 쓰면 문자도 인터넷도 볼 수 있다. 그런데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주위 사람이 더욱 답답하다고들 한다. 폰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지, 주위 사람을 위해 갖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
한국은 스마트하고 멋있는 디지털사회가 돼가고 있다. 아날로그식의 생활이나 생각은 시대에 뒤처져 멋스럽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은 그러한 옛날식 스타일인 아날로그식 생활이나 스타일을 오히려 즐기는 풍조가 있다. 일본에서 유명한 한 젊은 무용가는 토크쇼에 나와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휴대전화도 없다고 한 적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기가 있고 바쁜 사람인데 휴대전화 없이 어떻게 연락하고 활동하는지 궁금해했다. 주위 사람에게는 불편하겠지만 본인은 전혀 불편한 일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바로 연락을 못하니까 생활이 느리게 되고, 내 속도에 맞게 지낼 수 있고, 누군가에게 연락하거나 만나려고 하면 그 사람의 지금 상황을 잘 생각하고 소중히 여기게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스마트폰에서 많은 정보를 그때 그 자리에서 바로 얻기 위해 검색을 한다. 정보화사회에서 스마트폰은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인 남편의 의견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렇게 많은 정보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유익한 정보보다 비참하고 부정적인 정보가 많은 현대사회다. 전에 내가 금식할 때 하루가 너무 길다고 느꼈던 적이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만약 휴대전화가 없으면 더 복잡해질까. 아니면 휴대전화를 만지는 시간 대신에 여유로움이 많아질까. 휴대전화를 바꾸기 전 “정말 나에게는 필요한 물건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휴대전화 없는 생활을 즐겨볼까 생각 중이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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