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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그 영화 그 차] 흑인 소년 절망 딛고 어른의 삶 살아내는 `샤이론` 닮은 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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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속 쉐보레 임팔라

매일경제

`문라이트`에서 후안이 타고 다니는 5세대 임팔라. [사진 제공 = 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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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영화는 온전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주인공 구미코는 영화 초반엔 할머니가 끄는 유모차를 타고 등장할 정도로 의존적이었지만 말미엔 전동 휠체어를 타고 도로 위의 누구보다도 빨리 달린다. '어바웃 어 보이'의 윌 프리먼은 무책임한 '어른 아이'였지만 놀림을 받는 친구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함께 놀림거리가 될 정도로 성숙해진다. 반면 똑같이 성장 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문 라이트'의 주인공 샤이론은 영화 후반부에 마약상이 된다. 영화 '문 라이트'가 정의하는 성장은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영화 문 라이트는 1부 리틀, 2부 샤이론, 3부 블랙으로 구성된다. 1부 '리틀'은 유년기에 왜소한 몸집 때문에 '리틀'이라고 놀림을 받았던 샤이론의 뒤를 따라가며 시작된다. 그는 왜소한 몸집과 게이라는 성 정체성 때문에 소수자인 흑인 사회 안에서도 소수자의 위치에 있다.

샤이론이 괴롭힘을 피해 어쩌다 숨어들어간 장소는 마약상 후안이 소유한 마약 창고다. 우연히 만난 후안은 샤이론의 아버지 역할을 자처한다. 샤이론에게 음식을 건네고, 안식처를 제공하고, 수영을 가르친다. 양육의 책임을 내팽개친 마약 중독자 어머니와 차별화된다. 샤이론에게 후안은 자신이 갖추지 못한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슈퍼맨' 아버지다. 샤이론은 그의 모습을 보며 온전함에 대해 꿈꾸게 된다.

딜레마는 바로 그 슈퍼맨 아버지가 샤이론의 엄마를 마약 중독에 빠뜨린 마약상이라는 점에 있다. 아버지가 되기에 부족하지 않은 후안의 삶의 조건은 사실 샤이론의 엄마를 고통에 빠뜨리며 나온 것이다. 자신을 지옥에 빠뜨린 사람이 내민 구원의 손길을 샤이론은 받아들일 것인가. 샤이론은 후안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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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론의 청소년기를 다룬 2부에서 샤이론은 친구 케빈에게 구원을 찾으려 한다. 케빈은 동네의 다른 아이들과 달리 샤이론에게 "주먹을 쥐고 널 괴롭히는 사람들과 싸우라"고 당부하던 친구다. 리틀이라는 '별명'만 있던 샤이론에게 블랙이라는 '애칭'을 붙여준 첫사랑이다.

하지만 구원인 줄 알았던 첫사랑은 자신을 죽도록 패보라는 또래 집단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한다. 샤이론에겐 이제 또 다른 선택지가 남았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첫사랑을 응징할 것인가. 샤이론은 케빈을 응징하는 대신 케빈을 사주한 친구를 의자로 내리 찍으며 소년원에 가는 것을 선택한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불온전함을 인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3부에서 관객들은 샤이론의 모습을 보며 '후안이 사실은 살아 있었나' 하는 착각에 잠깐 동안 빠지게 된다. 그건 성인이 된 샤이론이 영락없는 후안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람한 몸집, 총기, 음악을 틀어 놓은 대형 세단. 똑같지는 않더라도 전부 후안의 과거 모습을 연상케 한다. 샤이론은 후안이 줬던 상처를 잊고 그의 모습대로 성장했다. 결정적으로 스스로 그렇게 원망하던 마약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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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정신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면회하고, 첫사랑 케빈을 찾아 차를 몰고 간다. 샤이론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사회의 불온전함까지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이것은 주인공이 스스로의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고쳐나가려 하는 여타 성장 영화와 다른 부분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해야 타인의 부족함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후안이 어린 샤이론에게 남긴 "달빛을 받으면 검은 아이들은 모두 파랗게 보인다"는 말은 영화의 주제를 암시한다.

후안이 어린 샤이론을 태우고 다니던 차는 쉐보레 임팔라다. 임팔라는 현재 패밀리 세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1958년 처음 출시됐을 때 주로 타기팅한 고객층은 개성을 표출하고 싶은 젊은 세대였다. 차량 보디가 길고 유압식 펌프를 설치해 차체가 통통 튀는 모습으로 갱스터들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후안이 탔던 5세대 모델은 플랫폼 크기를 역대 최장으로 키우면서 이런 정체성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영화에서 샤이론이 결국 후안처럼 성장한 걸 봤을 때 후안의 어린 시절 모습도 샤이론과 같이 유약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남들 앞에서 개성을 최대한 숨기고 다녔을 유년기의 후안은 성인이 돼 스스로의 존재를 떳떳하게 드러내고 다녔다. 후안이 샤이론을 임팔라에 태우고 달리는 건 샤이론이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하는 수업의 일환이었을지도 모른다.

국내판매 '임팔라'는 10세대…차체 5m넘어 압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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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판매하는 임팔라 10세대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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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처음 출시된 임팔라는 쉐보레의 디자인, 성능, 그리고 브랜드 가치를 상징하는 플래그십 모델이었다. 이후 영화 속 후안이 탄 5세대까지는 젊은 세대의 개성을 표출하는 차량으로 인기를 끌었다. 1964년에는 "Jet-like ride"라는 슬로건으로 연간 최고 판매 기록인 100만대를 달성했다. 1977년 출시된 6세대 모델부터는 보다 실용적인 '패밀리 세단'으로서 면모를 갖춰갔다. 업계 트렌드에 맞춰 6세대 임팔라는 기존 모델보다 휠베이스를 14㎝ 줄이고 전장 길이를 28㎝ 줄였다.

2015년부터 국내에서 팔고 있는 임팔라는 10세대 모델이다. 차체 길이가 5m를 넘어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도로 위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360도 경보 시스템 등 첨단 사양도 골고루 갖췄다. 특히 스마트폰 미러링이 되는 애플 카플레이는 출시 당시 동급 최초로 적용돼 큰 화제를 모았다. 프리미엄 보스 서라운드 시스템이 주는 음향의 생생함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준대형 세단들이 보통 임원차로 판로를 갖추고 있는 반면 임팔라는 한국GM이 수입·판매하는 차라 해당 판로를 뚫지 못한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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