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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10대들 환호 가득했던 공연장…`펑` 굉음 직후 울부짖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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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맨체스터 자살폭탄테러…어린이 포함 최소 22명 사망

매일경제

지난 22일(현지시간)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이 끝난 직후 벌어진 폭탄테러에 공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폭발장소 인근 기물들이 산산조각 나고 사망자와 부상자가 곳곳에 흩어졌으며, 관객 수백 명이 피를 뒤집어쓰고 비명을 지르며 공연장을 빠져나갔다.

공연장을 찾았던 에린 맥더글(20)은 "굉음을 처음 듣는 순간 폭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연장을 겨우 빠져나오니 경찰차와 앰뷸런스 수십 대가 도착해 있었다"고 전했다. 마히드 칸(22)은 "공연장 반대편에서 폭발이 있었다. 폭발 직후 반대편의 관객들이 출구를 찾기 위해 갑자기 우리 쪽으로 쏠려들어 왔다"며 혼란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공연을 펼친 그란데는 청소년과 젊은 층에 특히 인기가 높은 가수다. AP통신에 따르면 가장 어린 사망자는 이제 8세 된 소녀이며, 59명의 부상자 중 12명이 16세 이하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란데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가슴이 찢어졌다"며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너무너무 미안하다. 도저히 할 말이 없다"라는 글을 올렸다.

맨체스터시가 속한 그레이터맨체스터주(州)의 이언 홉킨스 경찰국장은 남성 한 명이 폭탄 공격을 벌였다고 밝혔다. 홉킨스 국장은 "범인이 자체 제작한 폭발물을 갖고 자살폭탄 공격을 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테러 대응 전담팀을 투입했고, 영국 정보국인 MI5도 수사에 착수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생존자들이 "볼트와 너트가 사방으로 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며 '못 폭탄(nail bomb)'이 이번 테러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폭탄은 폭발 시 사방으로 파편을 퍼트려 인명 피해를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국가안보회의인 '코브라 회의'를 총리 집무실에서 주재하며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경찰이 짐작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신원까지 파악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약한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노린 끔찍하고 비겁한 테러"라고 이번 공격을 비판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인 존 이아나렐리를 인용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종종 어린이,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삼는다"고 전했다. 불특정 다수를 노린 '소프트타깃 테러'에 평범한 시민도 테러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다시금 커져가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차관을 지낸 제임스 노턴은 이번 테러의 시점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노턴은 하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한 때 테러가 발생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정보기관 등이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시점에 발생한 계획적인 테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은 2005년 7월 7일 발생한 런던 지하철 테러 사건 이후 영국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로 평가된다. 당시 런던에선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벌인 폭탄테러로 52명이 사망했다. 특히 출근 시간대에 테러가 벌어져 피해가 확대됐다.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해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영국독립당(UKIP) 등 주요 정당들은 모두 6월 8일 총선을 위한 선거운동 일정을 중단했다.

사건이 발생한 '맨체스터 아레나'는 한번에 2만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영국 최대 실내 공연장 겸 체육관이며, 해외 스타들이 자주 찾는 공연 장소로 유명하다.

일부 관객들은 공연장의 보안 문제를 지적했다. 공연을 관람했던 니콜라 트로크토바란 체코 여성은 "보안 조치가 전무한 수준이었다"며 "관객들이 물을 들고 들어가느냐에만 관심을 쏟았다. 가방 안을 점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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