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유튜버끼리 살인사건도 났는데…“맞짱 뜨자” 현피 생중계 채널 급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막장 치닫는 유튜버 비방 문화
부산 유튜버 칼부림 사건처럼
온라인 갈등→현실 싸움 심각
현피 생중계 채널도 우후죽순
“유해 콘텐츠는 수익 제한해야”


매일경제

무차별 비방전을 펼치며 갈등을 빚던 상대 유튜버를 대낮에 법원 앞에서 무참히 살해하고 이를 생중계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유튜버들의 자극적 콘텐츠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온라인에서 벌어진 싸움이 오프라인 싸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현피’ 과정을 담은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판을 치면서 이같은 영상의 확산을 막아야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현피는 과거 리니지 등 온라인 게임이 한창 유행하면서 게임 속 상대 캐릭터를 공격하는 ‘플레이어 킬링(PK)’이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다는 의미다.

문제는 온라인 게임자 사이에서 통용됐던 현피가 이제는 현실세계에서 실제 폭력행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이같은 자극적인 영상이 높은 조회수와 구독자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는 곧 수익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 종합청사 앞에서 50대 유튜버 A씨가 생중계 방송을 하고 있던 유튜버 B씨를 살해한 것도 말다툼으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속칭 ‘현피’를 실행한 경우였다. 이 과정에서 올린 동영상은 업로드한지 하루도 안돼 조회수 35만회를 돌파했다.

SNS라는 익명의 공간은 유튜버들에게 더 자극적인 행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네티즌들이 이를 부추기면서 현피 당사자들은 경기장 안의 검투사가 된 것처럼 더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게 된다.

가령 2022년 한 유튜버는 라이브 방송 중 한 시청자와 시비가 붙어 선전포고 한 뒤 직접 찾아가 카메라를 올려두고 상대를 향해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2021년에는 온라인 게임에서 말다툼하다 자신을 직접 찾아온 상대방을 흉기로 살해한 30대가 징역 1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7년 ‘현피 방송’이란 제목으로 방송하던 20대 남성은 식당에서 휴대전화로 라이브 방송을 하다가 시비 건 사람을 찾아가 술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깨진 조각으로 피해자를 수차례 찌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적나라한 비방 영상에 “상남자”, “낭만의 시대”라로 치켜세우는 댓글을 달고 후원하고 있었다.

제대로 여과장치 없이 해당 영상들을 노출하고 있는 SNS 플랫폼에도 문제가 있다. 예컨대 유튜브는 증오심 표현, 노골적인 폭력 묘사, 악의적인 공격 등 유해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두고 있다. 실제 규제도 이뤄진다. 하지만 매일 쏟아지는 모든 영상을 감시할 수 없는 데다 문제 있는 영상이 갑자기 생중계될 경우 중간에 이를 중단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히 없다.

최근에는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현피를 넘어 음주운전을 생중계하거나 경찰차에서 행패를 부리는 더 자극적인 영상들도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검거된 50대 유튜버의 경우 검거된 이후 경찰차에 탑승해 담배 피우고, 경찰을 향해 비아냥 거리는 모든 과정을 중계했다. 지난 2월 경남 거제에서 음주운전을 중계하다가 검거된 30대 유튜버 역시 석방 된후 대리 운전을 불러 귀가하는 과정까지 콘텐츠화했다. 라이브 방송을 켜고 술에 취해 운전에 나서는가 하면 해외 성매매 현장을 찾아가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생중계되고 있다.

조직폭력배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유튜버가 행인을 조롱하고 시비 거는 모습을 중계하거나, 조폭 행사장에 찾아가 고의로 행사를 방해하고 폭행 당하는 모습을 내보내는 유튜버를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유튜버가 자극적인 영상을 만드는 건 1인 미디어 발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유튜브 내 선을 넘는 비방, 유해 콘텐츠가 수익으로 돌아오는 건 표현의 자유가 보장하는 범위가 아니기 때문에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