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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맨체스터 테러] 10대 소녀 노린 ‘소프트 타깃’ 공격…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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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희생만으로도 테러 공포 극대화

차량 공격 빈번하다 공연장 테러로 복귀

경찰 "자폭테러 추정…22명 사망, 59명 부상"

트럼프 대통령 “IS 항전” 중동 연설 직후 터져

22일(현지시간) 벌어진 영국 맨체스터 테러는 무방비 민간인을 겨냥한 전형적인 ‘소프트 타깃(soft targets)’테러다.

영국 매체에 따르면 이날 테러가 발생한 미국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에는 10대 소녀들이 많았다. 맨체스터가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고, 콘서트장인 ‘맨체스터 아레나’는 2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테러 폭탄은 콘서트가 끝난 직후 소녀 팬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매표소 근처에서 터졌다. BBC에 따르면 경기장 출구 통로는 더욱 아수라장이 됐고, 놀란 사람들이 시신을 밟고 뛰쳐나가기도 했다고 목격자가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자녀를 데리러 온 부모들은 갑작스런 폭발음에 자녀의 생사를 파악하기 위해 자녀 이름을 부르며 경기장 안팎을 뛰어다니는 등 현장은 패닉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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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밤 폭탄 테러가 발생한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앞에서 경찰이 놀란 시민을 부둥켜 안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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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폭스뉴스는 테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테러리스트가 누구든 간에 이번 테러는 명백히 성공했다”며 “어린 소녀들을 겨냥함으로써 테러 공포를 극대화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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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들이 맨체스터 아레나에 출동해 콘서트장에서 나온 청소년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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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가 열리는 대형 경기장은 보안이 철저한 편이다. 최근 2~3년 사이 유럽에서 대규모 테러가 빈번해지면서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적극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89명이 숨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콘서트홀 총기 난사 테러가 계기가 됐다. 주요 공항ㆍ쇼핑몰ㆍ지하철 등 공공장소를 노린 테러에도 경계가 강화된 지 오래다.

전직 미국 연방수사국(FBI) 특수요원 존 이아나렐리는 폭스뉴스에 “테러범이 보안 검색대 때문에 경기장 안까지 진입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폭탄도 보안구역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 매복돼 있었다. 만약 테러범이 경기장 안까지 진입했다면 인명 피해는 훨씬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여건상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내진 못해도 ‘소프트 타깃’을 겨냥함으로써 테러 공포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공연장 테러 공포도 되살아나고 있다. 유럽 전역이 경기장ㆍ공항 등을 노린 대형 테러는 그런대로 방어하면서 최근 테러 추세는 차량 이용 테러로 옮겨갔었다.

트럭ㆍ화물차ㆍSUV 등의 차량을 이용해 민간인을 노리는 차량 테러는 사전에 감지하기도 어렵고 일상적인 공포 심리 효과도 크다.

지난해 7월엔 프랑스 남부 휴양지 니스에서 화물차가 해변가 산책로 군중을 향해 2㎞가량 돌진해 86명이 사망하고 434명이 다쳤다.

5개월 뒤인 12월에는 독일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철근을 실은 19톤(t)짜리 트럭이 쇼핑객들을 향해 돌진해 12명이 숨지고 56명이 다쳤다.

올 들어 3월엔 영국 런던 의사당 인근 웨스터민스터 다리에서 승용차 테러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한국인 박 모씨 등 50여 명이 부상을 입었고, 바로 4월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트럭이 번화가로 돌진해 4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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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차량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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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IS 항전” 중동 연설 직후 터져

전직 FBI 특수요원 이아나렐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테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종종 어린이, 청소년을 타깃으로 삼는다”며 “이번 사건은 지하디스트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국토안보부 차관을 지낸 제임스 노턴도 “경기장이나 공항, 대규모 행사가 있는 곳은 이슬람국가(IS)가 테러를 수행한 전통적인 장소”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테러의 시점에도 주목했다. 노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방문 기간 발생한 테러”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연설에서 IS에 대한 항전을 주문한 직후 테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세바스천 고르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사건은 2013년 영국 울위치에서 부대 복귀를 앞둔 군인 푸실리어 리 릭비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살해 당한 4주년에 일어났다”며 “지하디스트들은 날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지하디스트 간 연대의 의미로 벌인 테러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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