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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삼성·애플·구글… 이번엔 '숙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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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의 '수면 테크'

센서로 수면 패턴·숙면 여부 파악

사물인터넷으로 가전기기 연결

온도·습도·소음 등 조절해줘

일정 체온 유지해주는 매트리스

잠 유도하고 깨우는 헤어밴드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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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숙면(熟眠)을 도와드립니다."

애플·구글·삼성전자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과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들이 수면 테크(sleep tech)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들 기업은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을 접목해 사람들의 숙면과 상쾌한 기상을 도와주는 기기와 첨단 신기술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쇼)에는 처음으로 수면 테크 전시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수면 장애 치료용 의약품과 수면용품·보조 기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수면 테크가 급성장하는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축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로 숙면·기상 유도

애플은 이달 초 핀란드 스타트업 베딧(Beddit)을 인수했다. 베딧은 침대 위에 올려놓는 필름 형태의 수면 추적기와 앱(응용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 추적기는 사람들의 심박수와 코골이, 얼마나 깊이 잠들었는지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자사 제품에 베딧의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베딧 인수는 헬스케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애플의 승부수"라며 "베딧의 기술이 애플워치 판매량 증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은 생명공학 자회사인 베릴리와 스마트홈 자회사 네스트에서 수면 테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베릴리는 사람들의 운동·수면 패턴을 각종 센서로 추적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렇게 얻어낸 데이터를 네스트의 스마트홈 기기에 입력하면, 사람이 잘 때 침대에 설치된 센서로 수면 상태를 분석한 다음 집 안의 온도·습도·소음 등을 조절해준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기술인 '슬립센스'를 개발했다. 침대 밑에 설치하는 IoT 기기인 슬립센스는 TV·에어컨 등 집안 가전기기와 인터넷으로 연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용자가 잠들면 TV를 끄고, 실내 온도에 따라 에어컨을 켜거나 꺼준다"면서 "출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밴드 전문업체 핏비트도 지난달 수면 상태를 여러 단계로 추적할 수 있는 신제품 '알타 HR'을 내놓았다.

독특한 아이디어 제품 출시 잇따라

스타트업들도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용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영국 스타트업 쉬(Shhh)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에서 음료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을 침대에 적용했다. 자는 사람의 체온이 올라가면 매트리스가 열을 흡수해 체온을 낮춰준다. 미국 슬립 셰퍼드블루의 헤어밴드는 사용자의 뇌파를 분석해 잠을 유도하거나 깨우는 전자기파를 내뿜는다. 자연을 침실 안에 재현하는 수면 테크 기기도 있다. 미국 모드모던이 개발한 스마트 베개 '선라이즈'는 다양한 색상을 내는 발광다이오드(LED)가 들어 있다. 잠이 들 때는 녹색 계열의 편안한 빛을 내뿜고, 기상 시간에는 마치 해가 떠오르는 것처럼 천천히 붉은색 빛이 밝아진다.

한국 스타트업인 허니냅스는 미국 GE와 함께 신생아용 수면 테크 기기를 작년 말 출시했다. 4가지 센서를 조합한 이 제품을 침대 근처에 붙여 두면 아이를 모니터링해 수면 상태는 물론 자다가 구토를 하는지까지 알려준다. 아이가 깨어나는 시점을 부모에게 미리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1990년대만 해도 아무도 잠을 어떻게 잤는지에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이제는 숙면이 업무 효율과 자신감을 키워준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수면 테크에 뛰어드는 것은 돈이 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박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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