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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안전한 기업] 안전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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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세계 산업 안전보건의 날

대형 안전사고 발생하면 직간접적 손실 커

안전 관리도 시스템과 정보기술(IT) 맞춤형으로

고가 장비 지원 등 협력업체 안전 돌보기

다중시설 이용하는 유통업계 안전 이슈 민감

28일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세계 산업 안전보건의 날'이다. 시간을 거슬러 1993년 5월, 태국의 카더 장난감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18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촛불을 켜고 이들을 추모하면서 기념일이 시작됐다.

기업에서 안전 이슈는 더는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대형 안전사고가 났을 때 해당 기업은 직접적인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간접적인 손실도 크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함께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각 기업에서는 산업 안전 교육과 예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가 위험 물질을 많이 취급해 안전사고에 민감할 경우, 안전 관리도 시스템이 필요해진다. SK그룹의 주력 사업은 정유·석유화학·반도체 분야다. 사업 특성상 다수의 위험물질을 취급해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SK그룹은 안전(Safety)·보건(Health)·환경(Environment)의 영어 앞글자를 딴 조어인 ‘SHE’ 원칙을 마련했다. 안전과 환경 사고에 대비한 비상 대응 시스템이다. 모든 사업장에서 일관되게 적용하는 원칙이다. 예상되는 위기와 사전 예방 절차, 사고 발생 시 즉각 취해야 하는 조치 등이 담겨 있다.

한화그룹도 업종별로 최대 20개 사고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교육과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비상사태 대응 매뉴얼과 조직체계를 구축하는 ‘환경연구소’라는 별도의 조직도 운영 중이다.

산업 재해를 예방하려면 투자가 필요하지만, 협력업체에서는 쉽지 않다. 대기업의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 LG전자는 창원ㆍ구미ㆍ평택 지역 180여개의 협력업체 사업장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 이때 협력업체가 직접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열화상 카메라 같은 고가의 최신 장비를 적극 활용해 정밀하게 점검한다. 안전이 취약한 부분이 발견되면 관련 공사를 지원하거나 장비를 대여하고, 안전분야 전문가를 협력업체에 파견하기도 한다.

LG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안전이 결국 본사의 경쟁력”이라며 “궁극적으로 협력업체가 스스로 안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도 지난해 3월 82개 협력사와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 선포식’을 개최하고 협력을 강화했다. 협력업체의 고위험 작업에 대한 집중 안전 점검을 실시해 532건의 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개선해 나갔다. 그 결과, 지난 1월 안전보건공단이 주관하는 공생협력프로그램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GS건설에서는 모든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이 모여 합숙하면서 안전 교육을 받는 ‘안전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건설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했다. 해외에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직접 방문할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안전도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시대다. 포스코는 안전 활동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했다. 각종 센서와 통신 기능을 활용해 작업자의 실수나 현장의 위험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작업장에 설치된 각종 센서는 유해가스나 소음·온도 같은 현장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작업자가 위험물에 접근하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유통 업계에서는 고객들이 다중이용 시설을 이용하다보니 내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빕스ㆍ계절밥상 등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대형 건물에 신규 매장이 문을 열 때 ‘사전안전성평가(SDR:Safety Design Review)’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평가 항목은 약 70가지다. 건축 자재의 화재 취약성, 피난로 확보 여부 등 세세한 기준이 포함돼 있다. CGV에서는 지난해부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파수꾼’ 교육을 분기별로 시행하고 있다. 극장별로 관할 소방서와 연계한 ‘소방 모의 훈련’도 1년에 1회 이상 실시한다.

신세계그룹도 안전한 쇼핑을 위해 지난 3월 ‘소방안전 세미나’를 개최했다. 스타필드 하남에서는 다음달 민관합동의 대규모 소방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는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를 건설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안전을 첫번째 원칙으로 내세웠다. 지난 1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초고층 건축물의 재난상황에 대비한 ‘롯데월드타워 민ㆍ관합동 소방재난 대응 훈련’을 진행했다. 서울시와 송파 소방서 등 관계 기관과 시민 3000여 명이 참여했다. 롯데월드타워 107층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실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모의 훈련을 진행했다. 건물이 완공된 이후에는 주요 구조부의 구조적 이상이나 태풍·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위험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해외 사업장에 대한 안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두산은 해외 출장자와 해외 근무 인력의 안전을 위해 ‘인터내셔널SOS’와 손을 잡았다. 인터내셔널SOS는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ㆍ보안 전문가와 에어앰뷸런스 등을 보유하고 있는 안전 지원 전문 업체다. 두산 임직원들은 해외 체류 중 응급 상황에 대한 전문가 지원, 비상사태 시 위치 추적이나 긴급 후송 서비스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KT는 매년 산업안전보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산업안전ㆍ보건 활동을 추진한다. 올해 목표는 ‘산업재해 발생 50% 감소’다. 목표에 맞춰 5가지 세부 계획도 수립했다. 우선 현장 책임자들의 안전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위험 작업을 수행하는 부서와 직원들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특히 통신 맨홀 등 밀폐공간에서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긴급 구조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모든 사업장이 생산 현장 안전 지표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 18001’ 인증을 획득했다. 울산 공장의 경우, 부서별로 ‘안전 추진자’를 지정해 관련 업무를 전담한다. 안전 위험요소를 현장 직원들이 직접 신고할 수 있는 모바일 안전불편 신고 제도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현대차 울산공장 재해율은 0.59%로, 2012년 1.19%의 절반 수준이다. 제조업 재해율(0.62%)보다도 낮은 수치다. 내부적으로 안전을 강화하면서 외부적으로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안전 캠페인도 펼친다. 무상 점검 서비스, 여성 운전자를 위한 교육,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성화선 기자 s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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