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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트럼프, 의회 상대 도박…미정부 셧다운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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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예산에 국경장벽 설치비 넣어라’ 의회 압박

민주당 결사 반대, 공화당 온건파도 미온적

주내 합의 불발시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

취임 100일 지지율 42%…64년래 최저치

“여전히 힐러리 꺾을 수 있는 수준” 허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비용을 예산에 꼭 반영해야 한다며 의회를 상대로 ‘도박’에 나섰다. 미국 의회가 이번주에 예산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기능이 일부 마비되는 셧다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23일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멕시코 장벽 설치비를 예산안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프리버스 실장은 “이번주에 국경 경비 예산이 국토안보부에 배정돼 감시와 (장벽 설치) 준비 작업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 글에서 “장벽이 마약과 나쁜 MS13 갱단 멤버들을 막을 수 있는데도 민주당은 거기에 예산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미국 의회는 1조달러(약 1132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두고 26일 협상을 시작한다. 28일까지 사흘 안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임시예산이 바닥나 연방정부 기능이 일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 공약이지만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국경 장벽 설치비를 예산에 넣으라고 요구하면서 협상 타결 가능성은 더 옅어졌다. 전문가들은 장벽 건설에 216억달러(약 24조5천억원)가 들 것으로 추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민건강보험법(오바마케어)를 지렛대로 쓰겠다는 뜻도 노골적으로 밝혔다. 오바마케어를 당분간 살려줄 테니 장벽 설치비를 달라는 취지다. 그는 “오바마케어는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그걸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하며, 그렇지 못하면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시기에 오바마케어는 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셧다운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엔비시>(NBC) 방송에 나와 “정부가 계속 운영될 수 있을지는 공화당에 달렸다”, “장벽 설치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3년에도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대립으로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해 16일간 셧다운이 발생한 바 있다.

29일 취임 100일을 맞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 장악력을 높이려고 승부수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화당 온건파도 이런 구상에 미온적이어서 수가 먹힐지는 미지수다. 취임 100일을 맞아 <워싱턴포스트>-<에이비시>(ABC) 방송이 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2%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3~61년 재임) 전 대통령 이후 가장 저조하다. 그러나 그는 트위터에 “많은 언론이 ‘가짜’이고 거의 언제나 (나한테) 부정적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아주 좋은 것”, “여전히 힐러리를 꺾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쓰며 허세를 부렸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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