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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사설]허위와 궤변으로 대통령 거부권 감싸는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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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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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법무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가짜 뉴스’와 궤변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에 특검을 도입한 전례가 없다거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특검법을 처리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아무리 대통령을 옹호하려 하더라도, 국가기관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이렇게 버젓이 할 수 있는 건가.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러니 윤석열 정권이 국민의 신뢰를 못 받는 것 아닌가.



정진석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하면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들었다. 법무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수사를 해보지도 않고 특검을 도입한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특검을 도입한 사례는 여럿이다. 윤 대통령이 수사팀장을 맡았던 2016년 ‘박근혜-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 특검’이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이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등을 압수하면서 수사가 탄력을 받았을 때 특검이 도입됐다. 2018년 ‘드루킹 특검’도 경찰 수사 도중에 특검이 도입됐다. 2003년 대북송금 사건과 2007년 삼성 비자금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금세 드러날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워낙 이런 일이 잦은 탓인지 이젠 국민들이 크게 놀라지도 않지만, 국가기관의 이런 행태를 언제까지 용납해야 하는가.



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특검법을 처리하는 게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궤변이다. 물론 여야가 합의하는 게 낫겠지만, 그렇다고 국회가 적법 절차에 따라 통과시킨 법률을 헌법 위반이라 주장하는 건 터무니없다. 2003년 대북송금 특검법은 여당인 민주당이 퇴장한 가운데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통과시켰고, 2012년 내곡동 특검법도 여당인 새누리당의 반대 속에 통과됐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헌법 위반 소지는 오히려 윤 대통령에게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대통령의 사적인 이해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상 용인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냈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거부권 행사가 입법권을 무력화시켜 삼권분립을 파괴한다는 취지다. 본인이 수사 대상인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헌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윤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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