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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극우 정당에 표 주지 말자”…독일 기업들 이례적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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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월21일 독일 베를린 연방의회 앞에서 열린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반대 시위에서 한 가족이 ‘노 나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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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6일 시작되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독일 재계가 “극우 정당에 표를 주지 말자”는 이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당한 기업 활동과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안정된 정치적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유럽 곳곳에서 나타난 극우 정당의 약진에 따른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다.



지멘스·도이체방크·도이체반(독일철도) 등 독일 기업 30여곳은 최근 ‘가치를 지키다’라는 문패를 내건 누리집을 개설하고 이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어 “극단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존중과 관용, 개방성, 다양성이라는 가치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포퓰리즘과 극단주의에 맞서 우리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독일 재계가 정치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그동안 없었으나 이들은 이런 기조를 앞세워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신의 표가 가진 가치를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독일 포츠담의 한 호텔에서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정치인들이 비공개 회동을 열어 이민자와 망명 신청자를 독일 밖으로 추방하는 것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난 뒤 나온 움직임이다. 롤랜드 부시 지멘스 회장은 “독일은 전문인력 부족과 수출지향적 경제 구조로 강력한 유럽연합(EU)에 의지하고 있다”며 “극단주의자와 인종주의자는 사회를 분열시킨다”고 우려했다.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도 “안정적 민주주의, 믿을 수 있는 법치국가만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일부 기업의 정치적 행동은 반발을 사기도 했다. 부품 제조업체 뷔르트는 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독일을 위한 대안’에 관한 비판적인 편지를 보냈다가 150만유로(약 22억1767만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봤다.



한편,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은 22일 이번 유럽의회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체성과 민주주의’(ID) 연합에 함께 소속돼 있던 ‘독일을 위한 대안’과 더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극우 정당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독일 ‘도이체 벨레’가 보도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인 막시밀리안 크라 유럽의회 의원이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치 친위대(SS) 소속이라고 자동으로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망언을 한 뒤 나온 조처다. 나치 친위대는 나치 독일에서 민간인 학살과 생체실험 등 인권 유린을 벌인 준군사조직이다.



유럽 내 극우 정당은 ‘정체성과 민주주의’, ‘유럽 보수와 개혁주의자’(ECR) 연합으로 뭉쳐 이번 선거를 뛰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로 이들은 직전(2019년) 선거보다 각각 8·9석 의석을 더 얻을 것으로 관측됐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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