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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소고기 수출 1위 인도 입지 흔들…"신성한 소 죽인다" 힌두교도 공격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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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2억명 달해 소고기 산업 부흥

냉동육우 형태로 동남아 국가에 수출

방화·습격, 강경파 힌두교도 공격 잇따라

'힌두 지상주의' 모디 총리 지지율 고공행진

힌두 강경파 "소 죽이면 종신형" 과격 발언도

“인도에서도 소고기를 먹는다. 스테이크 맛이 일품이다.”

지난해 6월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인도 대표 럭키(본명 굽타 아비쉑)가 한 말이다.

인도에서 소고기를 먹는 사람은 주로 이슬람교도다.

소를 신성시 여기는 대다수 힌두교도(인구의 79.8%)는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슬람 교도들이 식용으로 쓰는 것은 물소다.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인도혹소를 도살할 경우 처벌을 받는다.

인도인 중 이슬람 교도는 2억여 명에 이른다.

단일 국가로는 인도네시아(약 2억3000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신자가 많다.

그만큼 소고기 소비량도 어마어마하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인도의 가축소는 3억 두를 넘어 세계 1위다.

2위인 브라질보다 8000두가 더 많다.

수출량도 176만t으로 세계 1위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를 넘는다.

주로 인근 동남아시아 국가에 냉동육우를 수출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도 소고기 업계가 심각한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아사히는 24일 전했다.

힌두교도의 폭력으로 관련 업계 사람들이 공격받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힌두교도들이 안드라프라데시 주의 한 정육점을 방화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는 서부 라자스탄 주에서 철봉과 벽돌로 무장한 힌두교 남성들이 트럭으로 소를 옮기던 이슬람 교도 5명을 습격해 1명이 사망했다.

판잔 아라비 전인도소고기수출협회 사무국장은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소를 모을 수 없는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며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폭력 사건 배경에는 인도 정치권의 힌두 우경화가 꼽힌다.

아사히는 “힌두교 지상주의 단체 출신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전했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의 모체는 힌두계 우익단체인 민족봉사단(RSS)이다.

RSS는 ‘힌두교 전통에 따른 인도사회의 통일’이라는 신념 아래 타 종교와 문화를 강력히 배격해왔다.

특히 RSS 연계 조직인 세계힌두협회는 소의 식육을 막는 ‘소 보호운동’을 인도 전역에서 펼치고 있다.

중앙일보

암소는 힌두교의 신 크리슈나가 제일 아끼는 동물이다. 암소에 대한 숭배는 신을 기리는 축제에서 흔히 발견된다. 인도 소축제에서 어린이가 화려하게 꾸민 소를 잡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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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는 2014년 취임 이후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인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현지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65%로 나타났다.

인도 최대 야당 국민회의 당수인 라훌 간디 부총리의 지지율은 28%에 그쳤다.

모디 총리의 인기는 지방선거에서 인민당이 약진하는 배경으로도 작용했다.

그 여파가 소고기산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지난 3월 인도 내 이슬람 교도 집성지이자 최대 소고기 산지인 안드라프라데시 주 의회선거에서도 인민당이 전체 의석의 80%를 차지하며 압승했다.

주총리에 오른 요기 아디티아나트는 힌두 강경파로 선거 기간 동안 ‘무허가 도살장 폐쇄’ ‘도살장 신축 금지’ 등을 공약했다.

취임 직후에는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인도혹소를 죽일 경우 형벌을 기존 7년형에서 종신형으로 격상시키겠다고 밝혔다.

프라빈 라이 인도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모디 총리의 독보적인 정치 영향력이 힌두교를 위해서라면 무엇을 해도 좋다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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