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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스텔라데이지호 생존 선원 "물속으로 급격히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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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할 당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갈 정도로 강력한 수압이 형성됐다는 생존 선원의 증언이 나왔다.

선장의 퇴선 명령 후 구명조끼를 착용한 선원 상당수가 길이 300m가 넘는 초대형 화물선이 침몰하면서 일으킨 강한 수압에 휘말려 실종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4일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에 따르면 지난 1일 밤(한국시각 기준) 사고 해역 인근에서 구조된 필리핀 선원 A 씨(45)는 "혼자서 구명벌을 투하한 뒤 배 밖으로 뛰어내렸는데, 배가 급속도로 침몰하면서 몸이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침몰 당시에 대해 진술했다.A씨는 "수압이 얼마나 셌는지 5분 동안 물 밖으로 나올 수 없을 정도였다"며 "배에서 탈출할 때 필리핀인 갑판장도 뛰어내리는 것을 봤는데 수면으로 나온 뒤 더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와 구명벌에 함께 탔다가 구조된 필리핀 선원 B 씨(37) 역시 "본선이 급격하게 침몰했으며 좌현 선교(브릿지)에서 혼자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300m가량 떨어진 구명벌에 승선했고, 당시 조류는 매우 빠른 편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필리핀 선원들이 배가 두 부분으로 쪼개진 뒤 침몰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30인승 구명정(life boat) 2척 중 1척은 반파, 나머지 1척은 선미 부분이 손상된 채로 발견됐다는 점에 비춰 급격하게 침몰하는 선체에 부딪히거나 강한 수압에 파손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선사는 추정하고 있다.

선사는 이런 여러 정황으로 미뤄 스텔라 데이지호가 5분여 만에 급격하게 침몰하는 바람에 선원 상당수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실종자가 대거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침몰한 스텔라 데이지호에는 한국인 8명, 필리핀인 16명 등 총 24명이 타고 있었고 현재까지 필리핀인 선원 2명만 구조됐다.스텔라 데이지호의 수색작업이 나흘째 진행되는 가운데 별다른 진전이 없자 현지 수색팀이 수색구조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날 부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해수부 관계자는 "최초 조난신호 발생지점에서 북쪽으로 43.4㎞ 떨어진 가로 41.8㎞, 세로 35.4㎞의 해상으로 범위를 확대해 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수색팀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구명벌 1척을 집중적으로 찾고 있다.

나흘째 애타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선원 가족들은 선사와 해수부 관계자에게 "배가 두 동강 났다는 현지 언론보다 못한 정보를 가지고 무슨 브리핑을 한다는 말이냐"고 항의하며 "너무 멀어 갈 수도 없고 정부만 믿고 있는데 외교부, 해수부 등이 제대로 된 구조 진행 상황을 전해달라"고 말했다.

스텔라 데이지호에 타고 있었던 선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한국인 선원 8명 가운데 막내인 3기사 문원준 씨(26)는 지난해 1월 한국해양대 졸업식에서 학생회장으로서 졸업생을 대표해 연단에 올라 "세월호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실력을 기르고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무책임하게 회피하거나 봐주기식 대응을 하지 않는 용기와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씨와 동갑내기인 윤동영 3항사는 한진해운에서 대체 복무를 하다가 회사 파산으로 올해 2월 폴라리스 쉬핑에 입사해 처음 승선했다가 실종돼 가족이 애를 태우고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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