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짐싸는 인명진…‘도로 친박당’ 된 자유한국당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인, 대선후보 확정뒤 물러나기로

서청원·최경환 등 저항에 부딪혀

인적쇄신 없이 ‘석달 항해’ 끝내

유력주자 홍준표 태도 애매모호

친박 비판하면서도 “대동단결”

바른정당의 단일화 조건 못미쳐

대선구도서 고립 가능성 커져



자유한국당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끝내 친박계 벽을 못 넘고 물러나기로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결백을 주장하는 친박계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결국 ‘친박당’으로 주저앉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선 구도에서 고립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한겨레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유한국당 대통령 선거후보가 선출되는 31일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문을 주머니에 넣고 있다. 뒤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맨왼쪽) 등 당직자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1일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끝으로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직을 사임하겠다”며 “처음 약속한 대로 다시 평범한 시민인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9일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추인된 뒤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에 공동책임이 있는 당내 친박계 청산을 시도했다. 하지만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핵심과 갈등을 빚으며 한계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는 등 쇄신을 시도했지만 친박을 뛰어넘지는 못 했다. 지난 17일 열린 당 경선후보 비전대회에서 강성친박 김진태 의원을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가 인 위원장에게 욕설을 퍼붓는 일이 벌어졌고, 4·12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무공천 방침이 당내 의원들의 반발로 번복되기도 했다. 인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28일 <문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의 정치적, 개인적인 소신이 현실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에도 박 전 대통령 결백을 주장하며 사실상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 80명과 무소속 2명은 이날 박 전 대통령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둔 서울중앙지법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경제적 이익을 취한 일이 없는데, 무리하게 형평성을 기준으로 구속하며 안 된다”며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바른정당을 비롯한 중도보수 진영은 대선 국면에서 자유한국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친박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유력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인다. 그는 친박핵심을 ‘양아치 친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이날 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친박 청산 문제에 대해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초법적인 조치를 취했을 때 우파 대동단결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초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전날 “홍 지사 쪽이 바른정당에 단일화 조건으로 핵심 친박 3~4인을 내보내겠다고 제안했다”는 보도에는 “소설”이라며 부인했다.

홍 지사가 인적청산을 시도한다 해도 당내 저항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주자 2위를 달리는 김진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에 있던 사람들 내보내고 짐싸서 나간 사람과 손잡고 새로운 당 만들어 대장 하겠다는 건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친박 청산과 별개로 홍 지사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도 바른정당 등이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페이스북] [카카오톡] [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