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탁상공론 안돼" 국민의힘, 정부에 경고…건강한 당정관계 '복원'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왼쪽부터),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5.1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수직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당정 관계가 정부의 해외 직구(직접구매) 규제 혼선을 계기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정책 혼선이 반복될 경우 주저하지 않고 '쓴소리'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정부가 주도해 정책을 추진하다 문제가 생기면 그제서야 당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뒷수습에 나섰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당내에서도 대통령실, 정부 등에 각을 세우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가 KC(국가인증통합마크) 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에 대해서 해외 직구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가 철회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80개 품목에 대해 KC 인증을 받지 않은 해외 제품은 직구를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가 사흘 만인 이달 19일 철회했다.

이날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KC (규제 철회) 사태는 정부가 무능하다는 인식을 국민 속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제2, 제3의 KC 사태를 막으려면 공직기강만 잡을 게 아니라, 불통의 국정운영 체계와 좁은 인재 풀, 임기응변의 부실한 인사체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해외직구 규제 사태에 대해 "전형적인 이런 탁상공론 또는 정책 실패 전형"이라며 "현장에서 직접 본인들이 경험하지도 못하고, 그냥 이렇게 신문에 나온 그런 내용들만 보고 필요한 조치라고 한 건데 그게 전혀 지금 세태하고 맞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5.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돼 국민의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경고하자 대통령실과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건강한 당정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상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책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동안 당이 정부를 향해 상당히 비판적 목소리를 냈지만, 불협화음으로 비치는 문제점을 생각해 비공개적으로 진행돼왔다"며 "(추경호) 원내대표가 그렇게까지 말한 것은 이제 건강한 당정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판단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부나 대통령실이 국민 여론 수렴 절차나 당과 사전 소통 없이 급작스럽게 중요 정책을 발표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 철회하거나 축소하던 일이 반복되면서 집권여당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고, 총선 참패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22년 7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가 역풍에 정책을 철회했던 사례나 지난해 정부가 발표했던 주 69시간 근무제, 수능 킬러 문항 폐지,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등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최근 의대 정원 논란과 관련, 증원분을 '2000명'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당과의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당 일각에서 나온다.

대통령실도 이러한 당의 변화에 적극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전날 "KC 인증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법 개정을 위한 여론 수렴 등 관련 절차가 필요하고 개정 전에는 위해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차단한다는 방침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6월부터 80개 품목의 해외 직구가 금지된다고 알려져 혼선을 초래한 점 역시 죄송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책의 사전 검토 강화, 당정 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 수렴 강화, 브리핑 등 정책 설명 강화, 정부의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과 당 지도부 및 당선인 등과 만남을 통해 당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당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유상범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정부도 정책 변화를 바로 이어 응답했고 사과도 했다"며 "앞으로 건강한 당정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