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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국민대 역사상 처음 있는 일" 국민대 교수 100명 긴급시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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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9일 오전 9시30분 국민대 교수들이 제1회 ‘국민대 교수행동’ 시위에 앞서 손 팻말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대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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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학교 교수 100여 명이 학내에서 긴급 시위에 나섰다. 무슨 사연일까.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 성북구 국민대 본부 앞에서는 교수회장인 이창현 언론학부 교수를 포함해 약 100여 명의 교수들이 참여한 제1회 ‘국민대 교수행동’ 시위가 있었다.

교수들은 ‘총장 임기는 연장하고, 교수 임금은 삭감하냐’, ‘교수가 대학을 떠나면 대학발전 미래없다’, ‘소요&선동? 국민대 교수의 정당한 의사표현 왜곡말라’, ‘대학이 경영위기? 6년 재임한 총장이 책임져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 본부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손팻말에 적힌 문구를 외치며 유지수 국민대 총장,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을 직접 방문해 의견을 전달했다.

■교수들 성과급체제 반발 “절대적 반대 의견도 아랑곳 하지않고 강행”

이날 교수들은 교수 성과급체제 적용과 교수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발언을 할 경우 면직할 수 있다는 이사회 정관 개정을 비판했다.

교수들은 교수 성과급체제 도입과 관련해 대학본부의 정확한 임금 삭감효과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교수회는 “성과중심체제에 따른 임금변동분과 정확한 삭감효과에 대한 분석 자료 공개를 대학 측에 요구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교수들이 임의로 계산한 바로는 재직 기한이 10년 남은 교수는 7000만원 이상, 20년 남은 교수는 2억원 이상, 25년 남은 교수님은 3억원 이상의 임금이 삭감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주 60여명의 교수님들이 교무위원회를 직접 항의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교학부총장은‘교수님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했지만 지난주 금요일 교무위원들에게 3월29일 임시교무위원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며 “회의 안건은 ‘성과급체제’로 이를 강행하기 위한 자리였다. 교수님들의 절대적 반대 의견도 아랑곳 하지않고 강행하겠다는 뜻과 대학의 핵심역량인 교수들을 무시하는 현재의 처사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지난주 금요일 교무위원들에게 3월29일 임시교무위원회를 열겠다고 공지했다며, 회의 안건은 ‘성과연봉체제’로 이를 강행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대학 본부는 3월22일 ‘성과 기반 대학 경쟁력 제고 방안’ 이라는 안건으로 임시교무위원회를 개최할 것임을 공문을 통해 전 부서에 공지했다”고 반박했다.

교수회에 따르면 학교 측은 3가지 방향에서 성과급체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임금 인상분을 동결하는 ‘호봉표동결’, 매해 변화하는 본부 기준에 따라 연구성과를 절대평가해 기준에 못 미치면 징벌적으로 연구비를 삭감하는 ‘무빙타깃 기반으로 하는 성과급제 도입’, 본부가 각 단과대 학장을 단과대의 행정/재정운영 등을 포괄하는 세밀한 지표로 평가하고, 이를 해당 단과대 및 소속 교수 기여도 평가에 반영하는 ‘학장 엠비오(MBO·목표관리제) 연계한 기여도 평가’ 등이다. 교수회는 이마저도 학교측에서 모호하고 제한적인 설명만 제공하고 있어 그 운영방침의 많은 부분이 아직도 불확실하지만, 공개된 내용만 보더라도 교수 본연의 업무 외의 재정행정적 의무를 교수에게 과하게 전가하는 등 교수권 침해와 굴종의 강요가 예고되어 대다수 교수들의 강한 반감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교수들 주장은 왜곡” 강력 반박

대학 측의 교수회가 주장한 성과급체제 도입 관련 비판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했다.

대학 측은 “임금 인상분을 동결하는 ‘호봉표동결’이 성과급체제 도입 시도라는 주장은 대학의 재정 부담에 대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임금인상분을 호봉표에 적용하지 않는 안에 대해서 논의했을 뿐”이라며 “호봉표에 대한 부분은 성과급체제 및 연봉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현행 호봉제가 유지되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또 “정년트랙교원 임금을 향후 3년간 동결하고 대학 재정상황이 허락된다면 당해 연도에 한해 상여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측은 또한 무빙타깃 기반 성과급제 도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연구비 삭감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징벌적’이란 주장도 적절하지 않다”며 “‘징벌적’으로 연구비를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성과 문화의 정착을 통한 대학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비 지급 방식을 성과 위주로 정비하는 방향으로 의견 수렴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또한 학장 엠비오(목표관리제) 연계한 기여도 평가 관련해서도 “교수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단과대학 및 대학원 ‘조직’ 단위의 평가를 통한 성과를 관리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라며 “각 단과대에 맞는 특성화전략을 수립하도록 돕는 제도이기 때문에 ‘교수 개인의 기여도를 평가해 연구비를 삭감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학장 엠비오 제도 또한 의견 수렴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교수들 “불통” vs 대학 측 “경청기회 가져”

교수회는 학교 측의 불통도 비판했다. 교수회는 “국민대 역사상 이렇게 교수들의 의견이 묵살된 적이 없다”며 “이대로 교무위원회에서 강행해서 통과하면 총장부터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두 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성과중심체제를 강행한다면 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 측은 그러나 “본부는 2016년 12월 단과대 별로 4회에 걸쳐 조찬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교학부총장이 여러 차례 단과대 학장 면담을 통해 소통의 기회를 가졌다”며 “또한 지난 2월 중순에 열린 전체교수 세미나에서는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정리하여 발표하고 교수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기회도 가졌다”고 반박했다.

■특정정당 지지·반대시 면직조항 신설도 논란

교수들은 정치적 활동과 발언이 면직에 해당된다는 조항을 추가한 정관 개정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수회는 “총장님 스스로 ‘정치운동’을 하는 교수를 면직시킬 수 있다는 국민대 정관개정을 교육부의 요구에 따라 시행했다고 인정하셨다”며 “1960년대 만들어진 사학법의 사문화된 조항을 넣어 개정할 것을 외부로부터 요구받았다고 하지만 대학본부의 안이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부의 지시를 그대로 받들어 정관개정을 하지 않은 대부분의 대학들은 ‘초법적으로 행동’하는 대학들이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대 이사회는 지난달 23일 정기회의를 열고 제48조의2항 ‘면직의 사유’ 부분을 신설한 정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정치 운동을 하거나 집단 수업 거부, 특정 정당을 지지·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선동한 교원을 면직할 수 있다.

이창현 언론학부 교수는 “교육부가 1960년대 있었던 조항을 2017년도 사립학교에 강행하려 했다”며 “정관개정은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마지막 적폐의 끝단이 나타난 것으로 본다. 탄핵되기 전에 교수들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했었던 처사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수 100여명이 손팻말 들고 총장실을 찾아가서 비판하는 일은 국민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대학사회에서의 자유 열망과, 탄핵 이전에 적폐가 많은 우리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런 것이 강행되면 총장 불신임으로 가야된다고 생각된다. 총장이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수 있는 정당성이 사라진다고 본다”며 “예전에는 총장 선출과정에서 교수들의 의견 표현이 가능했는데 지난번 정관개정하며 그것도 없앴다. 그런 면에서 대학의 모든 적폐들이 이번 기회에 청산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재원 국제학부 교수는 “학교 측은 당초 교수들을 일렬로 쭉 세워서 하위 15% 교수들의 임금을 삭감해 상위에 이는 교수들에 준다는 징벌적 임금제를 얘기했다”며 “기업에서도 잘 하지 않는 성과관리제를 통해서 과도한 자본의 논리를 대학에 적용시킨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또 “이러한 성과관리제로 업적을 쌓는데 몰두하게 만들어, 줄 세우는 데 성공하고 재정 확보에도 성공한다면 타 학교들이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한 학교 안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 “대학 경쟁령 키우기 위한 방식 도입”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정관개정은 사립학교법 규정을 인용해 그대로 쓴 것으로 이대, 한양대 등도 사립학교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성과급체제 도입에 대해 “재정적으로 대학이 어렵다. 교수님들도 구성원이고 재정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부분을 나누고 대학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평가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이라며 “임금 문제가 민감하다보니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학교 입장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향신문

국민대학교 총장실을 방문한 국민대 교수들. 국민대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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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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