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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팔팔한 동물복지농장 닭들도 무조건 살처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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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차원에서 실시돼 온 가금류의 무작위 살처분행위에 대해 법원이 ‘합법’을 인정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단체들은 축산 정책의 포기 선언으로 간주하고 즉각 항고와 함께 전면적인 불복종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포했다.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원회’는 29일 “법원의 살처분 명령을 받게 된 익산의 동물복지농장은 주변 농가의 감염일로부터 23일이 지나 최대 잠복기인 21일을 초과했음에도 행정과 법원은 ‘묻지마 살처분 공모’를 자행했다”면서 “이는 행정청의 최대 악습중 하나인‘한번 뽑은 칼은 거둘 수 없다’는 식의 후속조치로서 아무런 의미와 실효성이 없는 행정 폭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동물학살을 막기위해 농장주는 28일 관련기관에 산란계에 대한 감염여부 검사를 요청했으나 ‘살처분이 내려진 농가에 대해 검사를 시행한다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 만약 음성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며, 앞으로 이를 계기로 살처분을 거부하는 농가가 또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거부했다”면서 “이는 행정당국이 이미 죽여야 한다고 결론을 내 놓고 죽이지 않아도 될, 죽여서는 안될 합리적 이유들을 모두 외면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법원이 살처분 농가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 이뤄진다는 판결 이유에 대해서도 “오랜 세월 닭들과 깊은 유대속에서 건강하게 사육하며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해 온 농장주의 피해를 ‘금전’으로 보상할 수 있다는 결정은 한국사회의 성숙도와 국민들의 동물복지 의식에 비하면 모욕적인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이 논란은 지난 5일 익산시 망성면의 한 농장에서 AI가 발생하자, 반경 3km 이내 17개 농장에서 사육 중인 85만 마리의 닭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살처분을 집행하면서 불거졌다. 친환경 사료와 방사방식을 통해 닭을 키워 동물복지농장으로 지정된 농장주 유모씨는 “획일적인 살처분 명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발했다. 그는 국내에서 AI가 발병한 이후 최초로 법원에 살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은 “살처분을 집행하더라도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집행이나 절차를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익산시는 법원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동물복지농장 닭들에 대한 살처분에 나설 계획이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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