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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기고]농식품 수출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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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래 수출 유망 품목으로 농식품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세계적 경기둔화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5.9% 감소한 반면, 농식품 수출은 5.9% 증가했다. 하지만 농식품 수출이 날개를 달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 10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농식품 수출은 2008년 30억달러 시대를 열었고, 이후 약진을 거듭해 8년 만인 지난해 2배 이상 증가한 65억달러를 기록했다.

농식품 수출을 국내에서 생산된 농식품을 해외시장에 내다 파는 측면으로만 생각한다면 그 규모는 여전히 크지 않다. ‘65억달러’라는 수치는 아직도 국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식품 수출은 한국 농업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경향신문

우선 농식품 수출은 농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다 농식품의 가격 안정화와 농가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농식품 수출은 전후방 연관 산업의 고용 및 생산유발 효과가 매우 크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농식품 100억달러 수출 시 국민경제 기여도는 185억달러의 생산 유발액과 함께 44억달러의 부가가치 유발액, 6만6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대표 수출상품인 반도체 산업의 100억달러 수출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보다 1.2배 큰 규모이다.

농식품 수출의 연관 산업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의 확장성 측면에서 봤을 때, 농식품 수출의 대상과 범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농식품 수출의 대상을 상품 중심의 소극적 개념에서 벗어나 농자재, 바이오 소재, 농산업 관련 플랜트나 시스템까지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인삼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인삼의 생산 및 수출을 확장시켜 국산 인삼을 재료로 한 인삼 가공식품 수출에 만족하기보다는 세계 다국적기업의 생물의약품 혹은 천연화장품 등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게 해외 수요의 범위를 확장시킨다면 국내 인삼농가에 더 큰 소득을 올릴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

신기능성 생리활성물질, 천연향료, 식물 정화기술, 동물 질병 치료 및 가축 번식 육종기술 등 농업과 밀접히 관련된 생명산업까지 수출농업 대상으로 삼아 적극 육성해 나간다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실질적으로 농업 성장의 견인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내에서 만들어진 상품의 수출이라는 지역적 범위의 개념에서 벗어나 해외 농업자원 개발과 농식품 산업의 해외 진출까지도 염두에 두는 글로벌 차원의 생산과 수출이라는 광역적 개념으로 시각을 넓혀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농식품 수출은 상품 수출(1단계), 기술 수출(2단계), 브랜드 수출(3단계)로 고도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은 1단계인 상품 수출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마저도 신선 농축산물과 그 가공품이라는 매우 좁은 의미의 상품 수출에 정책적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실정이다. 국내 농업 성장이 2000년 이후 정체 경향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농식품 수출 확대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신성장동력원으로서 물꼬를 트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수출농업에 대한 넓은 시각과 정책의 확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네덜란드는 유리온실 기술 발달로 파프리카, 화훼 등 고품질 농작물을 생산해 수출할 뿐만 아니라 온실 자재, 설치·관리 기술, 전문 인력까지 수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농식품 및 연관 산업 제품의 수출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유망 수출 상품 및 분야 발굴, 연구·개발 및 기술혁신, 홍보 및 마케팅, 해외시장 개척 및 투자 활성화 등 주요 분야별로 단계적 발전전략 수립과 육성책 마련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 농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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