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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대우조선 채무재조정 실패땐 왜 피플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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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융위 채권단 자율 합의 안 될 경우

피플랜에 무게 실어…유사 법정관리 첫사례

워크아웃·기업분할·법정관리 등은 부담 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2조9천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 조건으로 내세운 채권단의 자율적 채무재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일종인 사전회생계획제도(P-Plan)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기존 법정관리 등 다른 법적 강제 구조조정 방식에 견줘 기업을 신속하게 정상화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2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보면, 정부는 사채권자(회사채 보유자 등) 집회 등을 통한 이해관계자 간 채무조정 합의가 불발되면 즉각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대우조선에 대한 피플랜을 법원에 신청할 방침이다. 채무자회생법에 근거한 피플랜은 지난해 3월 마련된 다소 생소한 제도다. 당시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더미래연구소 소장)이 처음 제안해 만들었는데 아직 한 번도 적용된 사례가 없다.

피플랜의 장점은 과감한 채무조정과 신속한 추가 자금 지원을 특징으로 한다. 법원이 담보 채권에 대해서도 채무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데다가, 추가 지원되는 자금에 선순위 변제권이 주어지는 탓에 신규자금 지원에 강점이 있다. 또한 몇 달씩 걸리는 구조조정계획을 사전에 마련해 신청 직후 곧바로 집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통합도산법상 회생절차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의 장점이 결합한 제도란 평이 나온다. 금융위는 피플랜의 장점을 한마디로 “정상화된 기업으로 조기복귀를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법원과 티에프(T/F)를 구성해 피플랜 제도 구축을 논의해왔다.

정부는 피플랜에 앞서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으로 법정관리와 기업분할, 워크아웃 등을 검토했으나 모두 부적합 판단을 내렸다. 우선 법정관리를 하게 되면 신규 선박수주와 자금 유입이 중단될 우려가 크다. 이럴 경우 자금부족에 이은 선박건조 지연으로 대우조선의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청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또 선주가 선박의 정상적인 건조가 어렵다고 판단해 대규모 선수금환급청구(RG Call)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해야 할 금융기관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선수금환급청구란 조선사의 정상적인 선박건조가 어렵다고 판단해 배의 주인이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선 금융회사에 미리 낸 배의 건조대금 일부의 환급을 요구하는 걸 뜻한다.

정부는 대우조선을 기업 분할할 경우엔 비용이 얻게 될 편익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판단했다. 상선과 해양, 방산 등 사업장별로 분할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분할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잃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본 것이다.

정부가 끝으로 검토한 워크아웃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이미 발행된 사채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단점이 크다. 그 결과 구조조정 비용을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이 전부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피플랜 또한 장점만 있는 게 아니어서 쉽지 않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피플랜으로 가더라도 수주를 받은 선박의 발주 취소 사유에 해당해 선주의 선수금환급청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큰 데다가 신규 수주 등에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날 “발주 취소 등 부작용에 대비해서 대응방안을 면밀하게 사전에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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