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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경제 view &] 어떻게 저성장을 극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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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경제 따라잡으려면

3%씩 성장해도 35년 이상 걸려

경쟁 유도해 기술혁신 이끌고

시장 활력 낮추는 고령화 해결을

중앙일보

신관호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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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과거엔 경제성장률이 10%가 넘은 적도 있었고 5%로 성장하던 때를 잃어버린 기간이라 부른 적도 있었다. 우리의 잠재 성장률이 4% 정도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던 시절이 엊그제였다. 지금은 3% 성장률만이라도 넘어서면 좋겠다고 생각할 지경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견해가 있다. 실제로 많은 국가가 높은 경제성장률로 발전하다가 중진국 수준에서 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험을 하였다. 아예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중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영영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나라들이 많다. 이를 가리켜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고 한다. 남아공이나 브라질 등이 중진국 함정에 빠진 대표적인 국가이다.

한국도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일까. 더 나아가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듯이 한국은 저성장의 ‘절대 위기’에 빠진 것일까? 이런 우려는 지나치다. 우리는 오래전에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렀으며 이는 거의 일본 수준에 가깝다. 또한 구매력 기준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대부분 선진국으로 이루어진 유럽연합 국가들의 평균에 가깝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들도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실 한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예외적인 국가에 속한다. 본래 선진국은 대체로 경제성장률이 낮으며 한국의 성장률이 낮아진 것도 일정 부분은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지난 100여년간 미국의 일 인당 국민소득은 연평균 1.8%로 성장했다. 우리 인구증가율은 거의 0에 가까우므로 우리가 연 2%로 성장한다고 해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보다 빨리 성장하는 셈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구매력기준 미국의 3분의 2 남짓이다.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우리는 미국 수준에 영영 이를 수 없다. 미국이 계속 1.8%로 성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3%로 성장한다면 35년 후에야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4%로 성장한다면 20년이 걸린다. 즉 적어도 20~30년 동안은 연간 3~4%의 성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진짜 위험이 있다.

먼저 기술혁신의 문제다. 경제학에서 총요소생산성이라 불리는 생산성 증가율이 더뎌지는 것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거나 선진국 진입초기에서 성장이 둔화되는 핵심 이유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더 이상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양적성장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결국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으며, 그 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기술혁신이 지속적이기 위해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보호막을 걷어내고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보호막이 생기면 기업들은 기술혁신으로 보상을 받기보다는 보호막을 유지하거나 강화하여 이윤을 확보하고자 한다. 소위 말하는 ‘지대추구’이다. 보호막은 여러 방법으로 생기는데 한국에선 규제와 재벌의 존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여러 형태의 규제는 기업의 자유로운 진입을 방해하며, 재벌들은 일감 몰아주기로 다른 기업들과의 공정경쟁을 방해한다. 특히 앞으로 성장이 더욱 필요한 서비스 산업 전반에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

둘째 고령화의 문제다. 한국에선 다른 선진국보다 고령화가 늦게 시작되었지만 속도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고령화는 생산가능 인구를 줄여 노동력 공급을 저하시키며 고령층 인구를 늘려 정부재정 등 경제의 부담을 늘림으로써 경제성장률을 낮춘다. 뿐만 아니라 경제의 활력을 낮추고 기술혁신도 방해한다. 경제의 혁신은 신생기업에 의해 이루어지기 쉬운데 신생기업은 주로 젊은층에 의해 창업되기 때문이다. 고령화는 젊은층을 줄여 신생기업의 출현을 막고 기술혁신을 늦춰 경제의 활력을 잃게 하는 것이다.

한국이 처한 위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는 영영 상위 선진국으로 발전해 갈 수 없을 것이다. 곧 결정될 새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신관호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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