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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폭스바겐 사태’ 130분 추궁당한 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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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의회 ‘배출가스 조작’ 조사위 마지막 증인 출석

의원들, 사건 인지 시점·감독 소홀 책임 등 따져 물어

독일 의회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63)를 청문회 증인석에 앉혔다.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총리를 불러낸 것이다.

메르켈은 8일(현지시간) 연방 하원 조사위원회에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했다. 의회는 메르켈과 정부가 언제부터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지난해 조사위를 구성했다. 좌파당 의원 헤르베르트 베렌스가 위원장을 맡았다. 의원들은 끈질기게 메르켈의 책임을 물었다. 메르켈은 증인석에 홀로 앉아 130분 동안 의원들의 추궁에 답했다.

메르켈은 “2015년 9월19일 언론 보도를 보고 사건을 처음 알았다”면서 “같은 달 21일 알렉산더 도브린트 교통장관에게 보고를 받았고, 아마도 다음날인 22일 마르틴 빈터코른 당시 폭스바겐 최고경영자와 통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사건은 그해 9월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폭스바겐이 미국 환경기준을 피하기 위해 디젤 승용차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사건 초기부터 독일 언론과 야당은 정부가 폭스바겐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메르켈은 의회에 나와 “정부가 아니라 폭스바겐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고 “폭스바겐이 미국 당국을 속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은 폭스바겐의 조작 행위가 유럽연합(EU)과 독일이 아니라 미국에 적발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독일의 규제는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메르켈이 2010년 4월 아널드 슈워제네거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메리 니콜스 주 환경청장과 만나 미국 배출가스 규제를 비판한 것도 논란이 됐다. 니콜스 청장은 “메르켈이 2010년 만남에서 ‘캘리포니아주 환경청이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독일 업체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불평했다”고 2015년 밝힌 바 있다.

메르켈은 “EU에 새로운 환경기준과 자동차 기술이 필요하다”면서도 “독일에서 차 한 대도 생산하지 못할 만큼 규제가 과도해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니콜스의 발언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캘리포니아의 환경기준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면서 “그보다는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것과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대화의 주요 관심사였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디젤차가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게 당시 우리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이번 사건으로 떠안게 된 벌금과 보상금은 226억유로(약 27조6000억원)다. 액수가 더 늘어날 거라는 관측도 많다. 독일 자동차업계 전체의 신뢰도 훼손됐다. 일간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은 “메르켈로서는 자동차 산업에 걸린 일자리 수십만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청문회가 끝난 뒤, 베렌스 위원장은 “총리에게 기대가 컸는데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리버 크리셔 녹색당 의원은 “메르켈이 폭스바겐 사건을 가볍게 처리하려 한다”면서 “대단히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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