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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영업사원 한명도 없는 회사 매출액 3700억원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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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틀라시안 공동창업자인 스콧 파퀴하르(Scott Farquhar, 왼쪽)와 마이크 캐논-브룩스(Mike Cannon-Brookes). /사진=아틀라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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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125] 영업은 비즈니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무 중 하나로 꼽힌다. 소비자를 만나서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우수한 영업 인력을 확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그런데 영업 인력 없이 성공한 기업이 있다. 심지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처음부터 영업 인력 없이 성장해왔다. 각종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호주 IT기업 아틀라시안(Atlassian)의 이야기다.

아틀라시안은 지라(Jira), 힙챗(HipChat) 등 프로젝트 관리나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회사다. 2002년 호주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iversity of New South Wales)에 다니던 두 대학생 마이크 캐논-브룩스(Mike Cannon-Brookes)와 스콧 파퀴하르(Scott Farquhar)가 창업했다. 현재 6개국에 1700여 명의 직원이 있고, 고객사는 6만여 곳에 이른다. 미국 경제지 포천(Fortune)이 선정한 100대 기업 중 80곳 이상이 아틀라시안의 제품을 쓰고 있다. 삼성·LG 등 한국 대기업들도 아틀라시안의 고객이다. 2015년 말에는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진행해 큰 주목을 받았다.

아틀라시안의 매출은 2015년 기준 3억2000만달러(약 37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해 아틀라시안이 광고 등 마케팅에 쓴 비용은 전체 매출의 20%에 불과했다. 영업과 마케팅 비용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쓰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수치다.

영업 인력 없이 어떻게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 아틀라시안은 전통적인 영업 인력이 전혀 없이 운영돼 왔다. 아틀라시안의 제품인 소프트웨어를 홈페이지를 통해서 판매한 것이다. 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과 홍보도 모두 아틀라시안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졌다. 그리고 무료 체험판을 제공해 기업들이 제품을 써볼 수 있게 했다. 아틀라시안의 소프트웨어를 써본 기업들은 고객이 됐고, 자연스레 다른 기업들에 입소문이 퍼졌다. 오로지 품질 입소문의 힘을 믿고 일군 성공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성공하게 된 데에는 분명 운도 따라줬다. 두 공동창업자들은 대학에서 학위를 마무리하는 와중에 아틀라시안을 세웠다. 영업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두 사람은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영업 인력을 채용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2002년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에서 주문이 들어왔는데, 아메리칸항공의 IT 담당자가 아틀라시안 측의 도움 없이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설치한 것. 이 사건은 아틀라시안에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영업 인력 없이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영업 비용을 절감한 덕분에 아틀라시안은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고, 이는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아틀라시안의 성공에서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창업 후 10년 동안 벤처캐피털의 투자 없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이나 다른 외부 투자를 유치하지 않고 공동창업자가 빚을 내서 마련한 1만달러의 창업 자금만으로 창업을 하고 회사를 성장시켰다. 덕분에 아틀라시안은 투자자들의 독촉이나 압력에 시달릴 필요 없이 온전히 자신들의 판단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었다.

다른 스타트업이나 기업들도 영업 인력 없이 성장할 수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하나의 방법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최근 IT업계에서는 아틀라시안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드롭박스와 사내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인 슬랙(Slack) 등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영업 비용을 줄이고 품질로 승부를 보려 하고 있다. 아틀라시안처럼 영업 인력을 전혀 두지 않는 건 아니더라도 전통적인 영업 방식과 아틀라시안의 방식을 적절하게 섞어 쓰려는 움직임이다.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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