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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전문기자칼럼]`발등의 불` 반도체 ISO26262 세컨드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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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며칠 전 반가운 보도자료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독일 완성차 업체 아우디에 인포테인먼트시스템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전자가 세계 굴지의 완성차 업체에 AP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7의 최대 화두는 `자율주행자동차`였다. 내로라하는 완성차, 부품 업체가 자율주행차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인텔, 퀄컴, 엔비디아의 전략 방향도 자동차에 맞춰졌다. 이들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인텔, 퀄컴이 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해 수십조원에 이르는 인수합병(M&A)을 단행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부품 업계의 다음 전장은 자동차라는 데 이견이 없는 듯하다. 삼성전자의 발표는 그래서 더 반가웠다.

그러나 최근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 국내 반도체 업체는 ISO26262에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다. ISO26262는 자동차 기능 안전성 국제 표준이다. 전장 오류로 발생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011년 11월 11일 제정됐다.

내년 1월에는 세컨드 에디션이 정식 발효된다. 7년 만에 새롭게 나오는 신 ISO26262에는 반도체 설계 파트(11)가 새롭게 추가된다. △내가 설계한 반도체가 어떻게, 얼마만큼 고장이 발생할 것인지 예측 가능해야 하고 △그 고장률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만에 하나 고장 났을 때 이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특수 설계 블록이 들어가야 한다.

큰 그림은 미국, 독일, 일본의 주요 반도체 산업계 종사자들이 그렸다. 산업 표준이 그렇다. 기술을 가진 곳이 `이런 방향이 좋겠다`고 제안하면 논의 과정을 거쳐 표준으로 굳어지는 식이다. 퀄컴이 통신 반도체 칩 시장에서 세계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보유 기술을 표준으로 제안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남들보다 빨리 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반대편 입장에선 커다란 기술 장벽이 생기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업체의 대다수는 ISO26262 세컨드 에디션 정보가 부족하고 관심도 떨어진다. 심지어 “그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는 기업도 있었다. 이 사안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업체는 LG 계열 팹리스 반도체 업체인 실리콘웍스밖에 없다.

독일 인피니언과 일본 르네사스 등은 이미 ISO26262 세컨드 에디션의 권고 사항을 대부분 만족시키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을 내놓고 있다. 내년에 이 표준이 정식 발효되면 완성차 업체 구매 담당자는 칩을 팔러 온 한국 반도체 업체 영업 직원에게 “ISO26262 대응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을 할 것이다. 그때도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겠다면 물건 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스마트폰 시장 태동은 더 없이 많은 부품 수요를 불러들였다. 그러나 이 시장에 대응하지 못한 업체는 사업이 축소되거나 망했다. 이제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자동차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겠다면 지금이라도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ISO26262연구회의 문을 두들겼으면 좋겠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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