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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서적 도매상 송인서적, 1차 부도…출판계 연초부터 '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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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원 규모 어음 막지 못해…출판사 연쇄 부도 우려

아주경제

대형 서적 도매상인 송인서적의 1차 부도 소식은 정유년 연초부터 출판계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책을 읽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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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2000여 개 출판사와 거래해 온 대형 서적 도매상 송인서적(대표 이규영)이 1차 부도를 냈다. 단행본 출판사들은 정유년 연초부터 들려온 악재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2일 출판계에 따르면 송인서적은 이날 오후 4시까지 만기가 돌아온 어음 50억여 원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맞았으며, 이튿날도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 최종 부도를 피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국내 출판사들은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판계는 송인의 최종 부도 시 전체 피해 규모가 최대 2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송인서적 관계자는 2일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누리집에 "2017년 1월2일 부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몇 달간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은 면해보려 백방으로 노력하였으나 도저히 힘에 부쳐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심정, 찢어질 듯 아프고 괴로울 따름"이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1959년 '송인서림'으로 시작한 송인서적은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부도를 냈으나, 당시 회장이 사재를 털어 빚을 갚고 이듬해 재창업을 한 바 있다. 문제는 연쇄 부도였다. 송인서림의 부도와 더불어 당시 국내 단행본 서적의 40% 가량를 유통하던 보문당도 된서리를 맞아 결국 500개 이상의 서점이 간판을 내려야 했고, 김대중 정부는 출판계에 500억원을 긴급 수혈했다.

이같은 정부의 '구제' 가능성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송인서적의 부도는 개별 회사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따로 자금 지원을 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으며 "98년 당시는 이자율이 20%에 육박할 정도로 긴박했기 때문에 공적 자금 투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체부는 출판사들의 추가 피해 상황, 채권단의 송인서적 회생가능성 판단 등을 주의깊게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출판사들은 사실상 해결방법이 없는 상태다. 위탁잔고(도매상의 책 판매분 중 출판사에 미정산된 금액, 도매상 재고분 금액 등)는 없는 셈이 되는 데다, 어음부도액은 그대로 빚으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출판사들은 자신들의 책을 채권단으로부터 되사들여 손해를 줄일 수 있지만, 중소 출판사 대부분은 그럴 여유도 없다.

또한 한국출판인회의,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의 출판인 단체는 임의단체이자 사단법인이라 현 상황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출판사들은 송인서적의 부도 소식에 3일 채권단 구성 등 대책 마련에 나섰고, 400여 개 출판사들의 모임인 출판인회의도 이날 오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인서적 관계자는 "채권단 결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다는 것 외에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박상훈 bomna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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