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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李·洪 공소사실 공개 하나…검찰-변호인 막판 신경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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辯, 공소장 범죄사실 특정하지 않으면 재판부에 의견서 제출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조만간 불구속 기소될 이완구 전 국무총리 및 홍준표 경남도지사 측과 검찰 간 주요 공소사실 공개 여부를 둘러싼 막판 신경전이 치열하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공소장에 금품수수 시기·장소, 전달 방법 등을 특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달 8일과 14일 홍 지사, 이 전 총리를 각각 소환조사하면서 해당 범죄사실을 일절 캐묻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는 두 피의자에게 그럴듯한 알리바이(현장 부재 증명)를 만들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공판 전략의 하나다.

수사팀 내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공소장에 해당 범죄사실을 기재하지 말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든 '패'를 상대방이 모르는 가운데 재판이 시작되면 한결 수월하게 원하는 방향으로 공판을 이끌 수 있다는 논리다.

검찰은 다만 공소사실 미공개 기간을 언제까지 가져갈 것인지를 놓고 막바지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일단 두 인사를 기소한 뒤 공판 일정이 확정되면 구체적인 혐의사실이 적시된 비공개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측은 검찰의 이러한 전략적 수사 기법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2일 변호인을 통해 내놓은 입장자료에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금품수수 일시·방법·장소 등을 전혀 제시받은 바 없어 어떤 근거로 기소 결정이 이뤄졌는지 매우 답답하다"며 공개적으로 검찰을 비판했다.

이 전 총리 측은 검찰이 끝내 공소장에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기재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공소장 변경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별도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홍 지사 측도 비슷한 방식으로 검찰의 이례적인 수사 기법을 지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측 김종필 변호사는 이날 "검찰이 의도적으로 피의자의 주요 공소사실을 숨기는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며 "우리는 적어도 첫 공판부터 주요 범죄사실을 놓고 검찰과 다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두 인사의 공소 시점과 관련해 검찰은 일단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나머지 6인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리스트 6인의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기소가 이뤄지면 주요 참고인들의 진술을 포함한 그동안의 수사기록이 가감 없이 공개돼 향후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주 중에는 리스트 수사가 불법 대선자금쪽으로 확대될지, 아니면 마무리 수순을 밟을지 대략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 진행이 더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면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는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 중에는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두 인사의 별도 기소냐, 일괄 기소냐 말들이 많은데 이는 우리가 고려하는 포인트가 전혀 아니다"며 "결국은 리스트 6인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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