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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삼성, 사업부 구매팀에 사실상 감사인력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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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각 사업부 구매팀에 협력사 거래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전담 인력을 둔다. 협력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 구매팀에 ‘부정 모니터링 인력’을 배치한다.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 예정으로 인력은 3~4명 선이며 소규모 구매팀은 1~2명을 지정한다. 이들은 구매담당자가 협력사 관계자 등과의 거래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뇌물수수 등 비리를 사전에 차단한다. 내부 자정은 물론이고 CEO 감사팀과의 유기적 협력으로 사고가 커지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매팀 내부 비리를 감사팀에서 인지하는 데는 불가피하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아예 현장에 모니터링 인력을 배치함으로써 납품 비리 발생의 근원을 뽑아버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모니터링 인력은 내부 감시 역할과 함께 협력사에서 자체적으로 감사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또 협력사에 뇌물이나 향응 제공은 한 번 적발로 바로 거래를 끊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이번 결정은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 납품 비리와 관련이 크다. 이달에는 전직 삼성전자 윤 모, 차 모씨 그리고 협력사 관계자 등이 휴대폰 부품 납품업체로부터 8억여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 8월에도 전직 삼성전자 납품담당 이 모씨가 휴대폰 납품 대가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납품 비리를 막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특히 혈연·지연 등을 통해 접근하는 협력사의 부적절한 요구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모 삼성전자 협력사 대표는 “삼성전자 구매 담당자와 식사 한번 하는 것도 쉽지 않음에도 납품비리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또 다른 연결고리를 활용하는 것 같다”며 “구매팀에 감사 인력을 두는 것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또한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극 활용하려는 삼성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경환 성균관대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는 “우수 중소벤처를 발굴해 지원하는 것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차세대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라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투명한 대·중소 거래 관계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도한 감사는 협력사와의 거래 관계가 경직될 수 있다는 우려 시각도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협력사와의 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안 되지만 너무 멀어도 문제가 된다”며 “기준을 명확히 전달하고 그 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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