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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Focus] 대한민국 하늘길 주도권 경쟁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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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말레이시아 국적의 에어아시아 한국 법인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자본금 300억 원 규모로 기존 재무적 투자자 이외에 전략적 투자자(SI) 또한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국내 항공업계는 우리 하늘길이 외국 자본에 의해 위협을 받게됐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인 항공시장을 너무 손쉽게 외국의 자본에 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선진국들도 국가 기간산업만큼은 외국 자본 유입 및 시장 침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업계는 이러한 외국 자본의 무차별한 침략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법리학적으로 따졌을 때 에어아시아의 국내 법인 설립은 문제가 없다. 현행 항공법의 지분율 측면에 따르면 항공법 위반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에어아시아가 항공법에서 ‘항공사의 외국인 지분을 49%까지 허용’한다는 맹점을 노린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항공사 운영 경험이 전무한 국내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들보다는 에어아시아가 실질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꼼수를 방지하기 위해 항공법에는 사실적 지배에 대한 부분도 명시하고 있다. ‘외국인이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 항공사 면허를 주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항공법 규정에 따르면 보유 지분이 낮더라도 에어아시아가 운영전반을 맡게 될 경우 항공법에 위반해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해외 주요 나라들은 어떤 상황일까. 대부분의 항공 선진국들은 중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부문의 외국인 진출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은 의결권 주식의 25% 미만, 일본은 1/3 미만에 한해 허용하고 있고, 중국도 동일인의 최대 지분 한도를 25%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은 자국민에 의한 실질적 지배(Actual Control), 유럽연합(EU)은 실효적 지배(Effective Control)를 규정하는 등 외국인 자본의 진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버진 애틀랜틱 항공(Virgin Atlantic Airways)의 미국 진출 사례는 주지할만하다. 2006년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미국 국내선 운항을 위해 최대 허용지분인 25%를 출자해 버진 아메리카를 설립하자 미국 정부는 영국의 모기업이 경영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7개월 동안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모 회사와 금융상의 모든 관계를 끊고, 버진 애틀랜틱이 고용한 최고경영자를 해고하고, 버진 아메리카의 이사회 멤버를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조치 이후에 승인을 해준 바 있다.

체코항공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3년 4월 국영 체코항공 지분 44%를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EU 회원국이 최소 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실효적 지배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EU 커뮤니티 에어 캐리어(EU Community Air Carrier) 조항’에 따라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대응을 해야할까. 아직까지도 한국은 항공산업 등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 침투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에 속한다. 지난 2008년 싱가포르 타이거항공에 이어 말레이시아 국적의 에어아시아의 한국시장 진출은 바로 이러한 허점을 노린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국내 항공주권 및 국내 항공산업 보호를 위한 항공법 개정이 시급하다. 외국자본의 국내 항공사 지분제한을 기존 1/2 미만에서 1/4 미만으로 한층 더 강화하는 항공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바 조속한 처리가 이뤄져야 하며, 외국 거대 항공사들의 편법적 시장진입 시도 차단을 위해 ‘사실상 지배’의 개념도 구체화해야 한다.

항공산업과 같이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의 바탕이 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경쟁이 선행돼야 한다. 외국 자본이 무분별하게 유입될 경우 공고히 자리매김해야 할 산업 자체가 이들에게 휘둘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내 항공산업이 외국인의 손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정책 시행과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매경닷컴 여행/레저 트위터_mktour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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