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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죄책감·대인기피·우울증…‘생존자 증후군’도 치료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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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감수성 예민한 학생들 신경써야”

‘나만 살아남았어, 나만….’

대형 재난이나 각종 사건·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흔히 보이는 반응의 하나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구조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ㄱ교감이 ‘죄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식이 전해지자 세월호 생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못지않게 ‘생존자 증후군’의 치료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존자 증후군(Survivor’s syndrome)이란 지나친 경쟁이나 자연재해 및 재난 상황 속에서 가족이나 친구를 잃고 살아남은 이들이 보이는 심리 상태의 일종으로 죄책감, 악몽 등 수면장애, 대인기피, 좌절감 및 우울감 등 부정적 반응을 동반한다. 2009년 정규직 2646명 등 모두 3000여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한 데 맞서 파업을 벌인 쌍용자동자 해고 노동자 가운데 일부가 투쟁 과정에서 연이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20일 현재 안산 고려대병원에는 침몰한 여객선에서 구조된 단원고 학생 70여명이 입원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겉으로 볼 때 가벼운 타박상 정도의 부상만을 입었지만, 사고 닷새째인 이날까지도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고영훈 안산 고대병원 정신보건센터장은 20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세월호에서 구조돼 병원에 입원한 단원고 학생들은 아직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있기 때문에 70여 명 가운데 절반 정도는 교사를 잃었다는 상실감, 자기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장례식 관련 소식이나 주검 추가 발견 소식 등을 접할 때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지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고 센터장은 “가능하면 살아남은 학생들이 방송이나 신문의 관련 보도에 노출되는 상황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으며, 다양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지금의 상황에서 빠져나오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교수(신경정신과)는 20일 “ㄱ교감 사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지금 단계에서 가장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 가운데 하나는 생존자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생존자 증후군의 연쇄반응을 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이미 비슷한 사례가 생겼기 때문에 연이어 비슷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는데, 특히 피해자 및 생존자의 대다수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 고등학생인 만큼 집중적인 관찰 및 상담, 집단치료 등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성명을 내고 “예상치 못한 사고는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인 충격을 동반한다. 유가족들의 심정은 분노와 슬픔이 혼재하고 무력감과 자책, 슬픔과 상실감, 나아가 고립감이나 우울감 등 엄청난 감정의 고통을 겪게 된다. 이들이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여러 분야에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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