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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부산 2차병원서 폐암 수술받은 의사 “암환자 무조건 서울행 옳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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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폐암 수술을 받은 한봉주 온종합병원 과장(왼쪽)과 주치의 최필조 온종합병원 폐암수술센터장(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온종합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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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이라고 무조건 서울로 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최근 폐암 수술을 받은 한봉주(68) 부산 온종합병원(2차 의료기관) 성형외과 전문의는 7일 “지역 대학병원과 지역 중견 종합병원에서도 여러 암 치료가 가능한 교수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며 “일반인 암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을 경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의 사연을 공개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성형전문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그는 2019년 3월 온종합병원 성형센터 과장으로 부임했다. 2021년 1월 온종합병원이 직원 대상으로 하는 정기검진에서 왼쪽 폐에 작은 결절이 확인됐다. 동료 의사인 최필조 폐암수술센터장이 정기 추적 관찰을 하자고 했다.



그는 지난달 11일 가슴 통증이 심해 최 센터장을 찾아갔다.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조영검사를 받았다. 결절의 크기가 2.5㎝이고 조기 폐암으로 추정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 센터장은 수술을 권했다.



한 과장은 즉시 수술날짜를 잡았고 국외에 사는 자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한 과장 가족은 정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워 제때 수술이 힘들 수도 있지만 경희대 의대 선·후배와 제자들이 많은 서울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라고 강하게 권했다고 한다.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나는 여기(온종합병원)가 편하다. 여기에도 폐암 수술을 잘하는 교수 출신 의사가 있으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가족을 설득했다. 그의 가족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최 센터장의 정보를 수집했다.



최 센터장은 동아대병원 흉부외과 주임 교수 출신이다. 2020년 3월부터 온종합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다. 흉강내시경과 로봇수술을 이용해 폐암 수술을 하는 등 1994년부터 지금까지 수술한 폐암 환자가 모두 4천명에 이르렀다. 지역 일간지에서 선정한 ‘의사가 추천하는 흉부외과 명의’에 뽑히기도 했다.



결국 한 과장 가족은 최 센터장한테 수술을 받겠다는 가장의 뜻에 따랐다. 최 센터장은 지난달 23일 3시간30분 동안 수술했고 한 과장의 폐 암세포를 완전히 떼어냈다. 조직 검사를 했더니 침윤성 비점액성 선암종이었다. 최 센터장은 “다행히 한 과장은 조기암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재발 우려가 낮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지난 3일부터 다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그는 “내가 의사지만 나도 수술이 무서웠다. 내가 평소 존경하고 믿는 분에게 내 몸을 맡기고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 편했다”며 “어버이날을 맞아 동료 의사로부터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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