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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연기의 맛 이제 알겠다"…손병호의 열정 비결은 ♥ 가족愛(종합)[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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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보라 기자] “나도 이제 연기를 하는구나 싶다. 이제야 조금은 연기의 맛을 알겠다. 아는 나이가 됐다고 할까. 그럼에도 연기의 완성은 끝이 없다.(웃음)”

배우 손병호(60)가 26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4년 만에 개봉하게 돼 너무 기쁘다. 어제 보니 제가 연기하는 척을 하지 않았다는 마음에 기뻤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멀리가지마라’(감독 박현용, 배급 영화사오원, 제작 파노라마이엔티영화사 야경꾼)는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모인 가족들이 유산 분배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을 때, 유괴범의 전화를 받으면서 가족의 민낯이 밝혀지는 과정을 그린다.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온 손병호가 둘째 아들 역을 맡아 압도적 에너지를 내뿜었다. 드라마, 연극 등 매 작품마다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해온 그의 내공이 발휘된 것.

배우 손진환이 첫째 아들 정헌구 역을, 배우 최재섭이 돌직구를 날리는 셋째 아들 정헌규 역을, 배우 이선희가 오빠들에게 쌓여 있던 울분을 터뜨리는 넷째 딸 정은혜 역을 맡아 캐릭터에 생동감을 더했다. “항상 협력하고 소통을 하면서 했기 때문에 즐거웠던 작업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내달 4일 개봉을 앞둔 그는 “스크린을 보며 또 다른 맛을 느꼈기에 희망을 봤다.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기회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예술로 대중과 소통할 기회가 줄어들어 많이 아쉽다는 손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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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에 데뷔해 40여 년이 흐른 예순이 돼서야 비로소 ‘연기의 맛’을 느끼게 됐다는 손병호의 지향점은 어디일까. 손병호는 “저는 제가 있는 현장에서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배우들은 가장 먼저 보는 게 시나리오다.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았던 것은 인간의 욕망, 욕심이 끝이 어딘가를 짚어주는 부분이었다. 선뜻 이 작품에 임했던 게 바로 그 지점이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손병호는 납치된 딸을 찾는 둘째 정헌철을 연기했다. 그는 사망한 아버지가 남긴 유산 20억 원에 욕심이 많아 성사되기 쉽지 않은 일의 계획을 짠 인물이다. 자신의 남매들보다 아내와 자식들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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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 이 친구가 과거에 무엇을 했을까 떠올려봤다. 학창시절부터 엔터 업계에 있으면서 연기적, 예능적 기질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걸 버티려고 하다 보니 피라미드에 가입했다고 생각했다.(웃음) 그곳에서 사기적 행각을 배운 게 아닐까 떠올려봤다. 사람들의 돈을 받아내기 위해선 여러 가지 말로 꾀어야하지 않나”라고 전사(前史)를 설정한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손병호는 “실제로 저는 4형제인데 형제간의 불화가 없었다. 아버님이 불화를 걱정해 오히려 빚을 남기고 가셨다.(웃음) 제 동생이 아버님도 모시면서 빚을 다 갚았다. 저와 형들이 해야할 일을 넷째가 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애가 좋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제 친구들 중에 형제들과 유산 문제를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친구가 굉장히 속상해했는데 그런 경우들을 보면 (자식에게)상속할 필요가 없겠다 싶다. 빚을 남겨주면 그 빚을 갚기 위해 애쓴다.(웃음) 저 같은 경우는 막내 동생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손병호는 적은 예산으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 ‘멀리가지마라’의 완성도가 좋다고 자화자찬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나 잘 나왔다. 만족한다.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들을 너무 잘 소화해줬다. 특히 이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힘, 그 구성이 너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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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장점에 대해 “빛과 구조만으로 영화의 반을 찍었다는 게 이 영화의 미덕이자 매력이다. 예술적 감각이 묻어난 거 같다”며 “지인들도 영화를 보고 나서 ‘익숙하지 않은 기법을 쓰다 보니 영화적으로 좋았다’고 평을 내렸다. 저도 이 영화의 매력이 그것이라고 본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의 재미가 크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회차가 적어서 급하게 찍었던 부분도 있다. 근데 어제 영화를 보니 그게 더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짧게 끊어서 가는 것보다) 롱테이크로 한 번에 간 게 더 낫지 않았나 싶다. 점수로 따지면 90점을 주고 싶다. 90점이면 충분히 만족한다”라고 밝히며 통쾌하게 웃었다.

연극의 형식을 띠는 ‘멀리가지마라’는 유산 상속날 벌어진 유괴라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한 가족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는 예측불가 전개를 보인다. 23회 부산국제영화제(2018)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섹션에 공식 초청돼 관심을 모았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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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그는 “연극 배우 출신이 많아서 더 재미있었다. 다만 카메라 워킹이 어려웠는데 힘들다기보다 즐거웠다”라고 배우들과의 호흡을 전했다. 그러면서 “뜨거운 태양볕에서 가방을 들고 달리는 신이 있었는데 덥긴 했지만 저는 재미있었다. 현장에서 제가 아이디어를 낸 부분도 있다”라고 촬영기를 전하기도.

“연기에 많은 방법과 표현이 있다”는 그는 “항상 표현에 대한 궁금증과 해석을 생각한다. 영화마다 달라지는데, 눈빛으로 갈지 행동으로 갈지 고민한다. 쇼트로 갈지 롱테이크로 갈지도 다른데 그런 면에서 ‘멀리가지마라’는 빛에 의해서 움직이니까 신선하고 재미있었다”라고 연기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시청자들에게 푸근한 호감을 안겨주는 손병호가 가진 느긋함, 따뜻함, 그리고 반전 매력 덕분에 이같은 캐릭터가 탄생한 게 아닐까.

“연기적으로 표현법이 많은데 하나를 선택하기 두렵다. 무엇을 섞고 버려야할지도 잘 모르겠다. 이렇게 저렇게 해도 (완성본을 보면) 만족스럽지 않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은, 내 생각에 내 몸에 맞게 해보자는 거다. 연기를 하지 말고 상대방의 반응을 보며 리액션만 해보자는 게 결론이었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만 잘 모르겠다. 알수록 어려운 게 연기인 거 같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사 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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