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비상 걸린 한국경제
삼성·LG 올인한 베트남 46% 폭탄
스마트폰·가전 생산지 타격 클 듯
상호관세 피한 효자품목 車·반도체
보조금 재협상 등 남아있어 긴장감
“민관 원팀돼 촘촘한 대미 협상을”
통상 전문가들은 본경기는 이제부터라고 말한다. 한국이 수출 경쟁국들과 엇비슷한 관세율을 받아든 만큼 ‘민관 원팀’으로 트럼프가 펼친 협상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3일 강조했다.
3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컨테이너터미널에서 수출입 선적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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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전진기지 베트남도 막혀… 기업 고심
트럼프가 각국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기업들은 품목별·생산지별로 최종 관세를 따져야 하는 복잡한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세계 곳곳에 생산지를 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셈법이 난해해졌다. 대미 가전 전초기지인 멕시코가 상호관세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선 한숨을 돌렸지만 다른 주력 생산기지인 베트남(46%), 중국(34%)에 더 높은 관세율이 매겨지면서 고민이 커졌다.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산 제품들과 경쟁하기에는 불리해졌지만 대미 수출국들과 비교하면 26% 관세율은 크게 불리하지 않다”며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굉장히 낮은 관세를 받아왔기에 상호관세 26%가 더해져도 경쟁국보다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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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반도체 상호관세 피했지만 ‘산 넘어 산’
자동차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 예로 한국 자동차 시장의 비관세 장벽을 꼽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상호관세 부과는 피했지만, 부품이나 자재 등에 대한 관세는 어떻게 되는지 현재 명확한 내용이 파악된 게 없다”며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했는데도 한국에 26%를 부과한 것을 감안하면 개별 기업이 설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수출중소기업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26%의 관세가 적용될 경우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과 주문량 감소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투자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경우 미국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 신시장 개척 외에는 방도가 없다.
경기도 소재의 한 식품업계 대표 A씨는 “제품가격에 상호관세가 반영돼 미국 내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며 “미국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20%가량인데 판매량이 줄어 공장을 놀리게 되면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민관 합동 대책회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관계자 등이 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민관 합동 미국 관세조치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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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이제부터… 코리아 원팀 필요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민관 원팀’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유무역질서를 깨트리는 트럼프식 충격요법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촘촘한 전략 아래 대미 협상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상호관세,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잘하면 우리에게 기회가 되는 협상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민관 합동 원팀 코리아’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 특히 현지에서의 대미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이제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바가 정리됐다는 측면에서 미국과 협상할 틀이 마련됐다”며 “민관 원팀이 정확한 기획과 판단, 톱니바퀴 같은 준비를 통해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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