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사회복지노동자의날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사회복지노동자의날(3월30일)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노동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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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권리 지원하고 내 권리 잃고
비정규직 많고 임금은 최저 수준
각종 수당 못 받고 ‘공짜노동’
잦아3명 중 1명꼴로 ‘이직하고 싶다’
돌봄, 민간 아닌 공공이 나서야
정부, 다수의 서비스 민간 위탁
정책 설계하면서 책임지는 건 없어
복지 질 위해 노동 처우 개선해야
정부는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작 돌봄 현장은 사실상 민간에 위탁했다. 낮은 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 비정규직으로 채워진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날로 소진되고 있다. 당연히 돌봄의 미래도 보장될 수 없다.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처한 가장 큰 불안은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비정규직 일자리는 중앙·지방 정부의 단기 시범사업이다. 유씨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돌봄 사업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면 한시적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데, 그 기간이 끝나면 고용 보장을 받기 어렵다”며 “나도 이전 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는데 고용 불안이 커서 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며 이곳저곳 옮겨다닌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경력은 다음 근무지에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임금 면에서도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보건복지부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통해 적정 수준을 권고하지만 이에 따르지 않아도 사업장이 받는 불이익은 없다. 김 지부장은 “권고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가이드라인보다 낮게 (임금) 책정이 가능하다”며 “그마저도 최하위 급수의 초봉이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다”고 말했다.
‘공짜노동’을 감내하는 경우도 많다. 김씨는 “아동복지시설에서 2교대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일하는데, 야간수당은 물론 휴일수당과 시간외근무수당을 아예 주지 않는다”며 “사회복지를 위해 일하는 것인데 정작 종사자에게는 부당한 근무여건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여건이 열악하니 인력 유출이 심할 수밖에 없다. 오 지부장은 “장기적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되고 노동자들이 유입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노동시장의 약자들만 모이고 이를 감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하던 복지관에서 부당한 노동행위를 강요받고 전보돼 일을 쉬고 있는 김씨는 “다시 업계로 돌아가 이런 노동조건을 견딜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사회복지 종사자 보수수준 및 근로여건 실태조사’에서 사회복지 노동자 3명 중 1명(31.6%)은 이직 의사가 있다고 했다.
사회복지 노동자의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피해는 서비스 이용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에서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사회복지 시범사업이 갑자기 종료되면서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이용자는 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김 지부장은 “사용자에게 가닿는 긍정적 영향을 면밀하게 파악하기보다 정부가 설정한 정량적 성과 지표에 도달하지 않으면 갑자기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정책을 폐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터뷰에 응한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복지 서비스 대다수를 민간에 위탁한 채 책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때문에 노동환경과 돌봄의 질이 모두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복지 예산을 짜는 가장 큰 주체이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김씨는 “일하던 복지관도 공식적으로는 지자체 소속이지만, 해당 지자체에서 책임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복지관 아이들을 위한 정책도 전혀 고민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오 지부장은 “민간영역에 맡겨진 돌봄은 사회적 책임과 가치는 빠진 채 시장 논리에만 좌우된다”고 말했다.
돌봄이란 무엇인가. 유씨는 이렇게 말했다. “돌봄은 일상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 저 역시 일상에서 가족이나 동료들의 돌봄을 받고 있다. 돌봄 공백이 생겼을 때 얼마나 큰 타격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알게 되지 않았나.”
‘돌보는 사회’는 필수노동이라고 전 사회가 합의했던 사회복지 노동 권리를 최소한으로라도 보장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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