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판단 바뀔 가능성 낮아... 헌재 판결도 근거
정국 혼란 피하려면 침묵 깨고 해결책 마련해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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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번에도 침묵했다. 직무복귀 1주일째인 30일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재탄핵'을 경고한 데 이어 박찬대 원내대표까지 '중대 결심'을 강조하며 압박수위를 끌어올렸지만 '무대응' 기조로 맞섰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 대행의 침묵을 사실상 거부 의사로 본다. 여야 합의로 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과 다를 바 없다. 헌재가 이미 '위헌'이라고 적시했는데도 아랑곳없다. 한 대행의 이처럼 무책임한 행태가 정국을 재차 격랑에 빠뜨린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韓, 마은혁 관련 입장 크게 변하지 않은 듯"
총리실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한 대행은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아직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찬대 원내대표의 '대면' 요청에도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28일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한 대행에 대한 '재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며 30일을 데드라인으로 못 박았다.
다만 박 원내대표가 "초선 의원들이 제안한 건 아직 실행을 검토하지 않았다"며 이날 데드라인을 내달 1일까지로 이틀 미뤘지만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박 원내대표는 중대 결심을 언급하며 당 차원의 재탄핵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대행을 향한 압박 강도가 더 세진 셈이다.
그럼에도 한 대행은 요지부동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26일 "여야가 합의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야당은 이튿날 탄핵소추안 가결로 맞섰다. 그날부터 직무가 정지돼 87일간 최상목 대행체제로 정국이 운영됐다.
여권은 한 대행을 더 노골적으로 지원사격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야 합의 없는 마은혁 임명은 논할 가치도 없다"며 "오히려 그걸 빌미로 국무위원을 전원 탄핵해 행정부를 다 무력화시킨 뒤 입법 독재하겠다는 민주당의 계획이야말로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게 맞지만, 여당의 강경 목소리를 감안하면 한 대행이 쉽게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정국 혼란 피하기 위해라도 '馬 문제' 매듭을
한 대행이 4월 1일까지 마 후보자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매듭짓지 못하면 정국이 다시 혼란에 빠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산불 수습,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 대응을 비롯해 시급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정부수반 역할을 맡은 총리의 직무가 재차 정지되면 국정 안정과 대외 신인도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한 대행의 침묵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여야 합의만 읊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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