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콘크리트 더미에 망연자실 미얀마 중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제2 도시인 만달레이의 한 아파트가 폭삭 주저앉으면서 29일(현지시간) 구조팀이 동원돼 현장 파악에 분주하다. 이 건물 잔해 속에만 주민 90명 이상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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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대지진의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28일 규모 7.7 강진으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다음 날 정부 발표 기준, 1644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혼란한 내부 시스템과 취약한 구조 인프라, 군부의 통계 축소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강진으로 1만명 이상이 사망할 확률이 67%라고 염려하고 있다. 또 이번 지진의 피해액이 1000억달러(약 147조원)를 넘어설 확률이 약 30%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대재앙의 원인으로는 지진 발생 지점(진원)이 지표면에서 10㎞ 깊이에 불과했던 점이 꼽힌다. USGS 데이터를 이용해 19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생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진원 깊이는 75㎞ 이상으로 나타났다.
오랜 내전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지난해 11월 영국 BBC 조사에서 미얀마 군부의 지배력은 미얀마 국토의 21%에 머무르고 있다. 물자 이동, 구조 인력 파견 등 재해 대응 조치가 원활할 수 없다. 핵심 재난 지역인 만달레이 역시 군정과 반군의 경계지역에 해당한다.
미얀마 군부는 지진 발생일에도 반군에 대한 폭격을 감행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군부는 지진이 발생한 이후 약 3시간 만에 민주화 반군의 기지인 북부 샨주 나웅초에 폭격을 감행했다. 이번 공습으로 모두 7명이 사망했다고 BBC는 전했다.
구출돼 호송되는 여성 29일(현지시간) 만달레이시 붕괴 아파트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한 여성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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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뿐만 아니라 지진의 진원지인 북서부 사가잉 지역의 창우 마을에도 폭격이 있었다고 BBC는 덧붙였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BBC를 통해 "군정의 공격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며 "완전히 터무니없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벽돌 구조 등 지진에 취약한 건물이 많은 점도 피해를 키웠다. 학계에서는 이번 지진을 1950년대 이후 미얀마에서 가장 큰 지진이라고 추정한다. 강진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곳이어서 내진 설계가 된 건물이 흔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AFP통신은 오랫동안 내전을 겪은 탓에 빈곤과 인프라 취약 등 미얀마의 건물 강도가 대체로 약한 편이라고 전했다.
해외 구조대 활동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구조대 82명이 지난 주말 현지에 도착해 만달레이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유엔 소속 국제탐색구조자문단(INSARAG) 최고위 등급(헤비·Heavy) 구조대로 열흘간 자급자족하며 2개 이상의 구조 작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12층 아파트가 6개층으로 무너진 만달레이 붕괴 건물 현장에서는 약 30시간의 구조활동 끝에 여성 1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적십자사는 해당 건물에서 이미 수십 명을 구조했지만 아직 90명 이상이 갇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금만 더…필사적 구조 활동 29일(현지시간) 만달레이시 붕괴 아파트 현장에서 구조대가 돌무더기에 깔린 시민을 구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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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정과 긴장관계를 이어오던 서방 세계의 인도적 지원도 이어질 방침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미 EU 소속 코페르니쿠스 위성이 관측 영상을 제공해 구조를 돕고 있다"며 "더 많은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미얀마에 200만달러(약 29억원)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지원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120만명 인구의 만달레이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은 중장비가 없어 맨손으로 희생자를 끄집어 내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다만 외교부는 전날 미얀마에 있는 교민 식당과 공장, 태국 내 한인회관과 교민 자택 등이 일부 재산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현재 태국과 미얀마 주재 공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한인사회 및 대부분의 교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은 양곤 1700여 명, 만달레이 70여 명 등 2000여 명이다. 인근 태국에는 방콕 1만2000여 명, 치앙마이 4000여 명, 치앙라이 260여 명 등 2만여 명의 한국인이 체류하고 있다.
한편 미얀마 강진 피해로 진앙에서 1000㎞ 이상 떨어진 수도 방콕의 고층 빌딩이 피해를 입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이번 지진이 방콕에까지 영향을 준 이유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장주기 지진동'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봤다. 장주기 지진동은 흔들림이 한 번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긴 진동인데, 고층 건물일수록 이 장주기에 흔들리기 쉽다.
[김희수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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