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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미얀마 강진 사망 1600명으로 폭증..."소방서 파괴돼 구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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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사망자 1644명으로 집계
하루 만에 11배 ...더 늘어날 듯
"대가족 한집살이에 피해 더 커"

29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시민들이 무너진 사원 근처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만달레이=신화통신·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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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미얀마를 강타한 규모 7.7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600명을 넘어섰다. 현지 한국 교민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잇따른 여진과 정전, 통신 장애로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에 머무는 이주노동자와 활동가들은 절망적 소식을 듣고도 연락도 제대로 닿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얀마 군사정권은 반군을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통신망 끊기고 전력 부족 잇따라


30일 미얀마 군정은 전날 성명을 통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644명, 부상자가 3,408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군정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8일 발표한 144명에서 하루 만에 11배 이상 폭증했다. 피해 집계가 이어질수록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8일 낮 12시 50분쯤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으로 33㎞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7 강진이 발생했다. 약 100년 만에 동남아에서 발생한 지진 중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현지에선 ‘또 지진이 올 수 있다’는 공포가 흐르고 있다. 현지 기상 당국은 사건 발생 이후 최소 12차례 여진이 감지됐다고 전했다. 여진 규모는 최소 2.8부터 최대 7.5에 달했다. 만달레이에서 600㎞ 이상 떨어진 양곤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큰 피해가 없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진 발생 당일 양곤도 건물이 흔들려 급히 대피할 정도로 강한 진동을 느꼈지만, 건물이 무너지거나 도로가 유실되는 일은 없었다고 전했다.


10년 넘게 양곤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만달레이 쪽 인근에는 한국 MFI(소액금융회사)가 몇몇 있는데, 지진 발생 직후 연락했을 때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당일 오후부터 통신이 계속 안 좋아져서 추가 상황을 더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양곤은 쿠데타 이후 (전력 부족으로) 순환 정전을 하긴 했지만 지진으로 송전탑이 파괴됐는지 28일 오후부터 정전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 공급이 끊긴 지역도 있다”고도 전했다.

미얀마와 베트남을 오가며 개인 사업을 하는 교민 B씨는 "한국인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여진과 추가 지진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그는 "만달레이 쪽은 내진 설계 없이 벽돌로 지은 3~5층 규모 건물이 다수"라며 “한 가구에 5~10명까지 대가족으로 모여 사는 미얀마인의 특성상 피해가 더 컸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고 소식 듣고도 갈 수 없어 발만 동동


미얀마 지진 여파로 30층 규모 빌딩 공사 현장이 무너진 태국도 불안에 떨어야 했다. 방콕 소재 한국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C차장은 "28일 점심 식사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올라가는데 승강기가 계속 벽에 쿵쿵 부딪쳐서 고장이 난 줄 알았다"며 "중간에 급히 내렸더니 건물 바닥이 울렁여서 1층으로 대피했다"고 회상했다.

태국 구조대원들이 29일 방콕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공사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을 옮기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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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도 여진 공포에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방콕을 찾은 30대 여성은 "종일 머물던 짜뚜짝 시장 근처에서 이튿날 대형 사고가 발생해서 무서웠다"며 "되도록 빨리 돌아가려고 항공편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거주하는 미얀마 노동자들은 혹시 가족이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진으로 인터넷과 전화 연결이 쉽지 않은 까닭에 불안은 점점 커진다. 쿠데타 이후 해외에서 미얀마인을 돕고 있는 시민단체 KTJ서포팅그룹의 아웅민 한국 대표는 “진원지와 멀지 않은 사가잉의 경우 도시 80%가 파괴됐다" "소방서도 파괴돼 구조할 사람이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미얀마 사가잉의 한 소방서 건물이 28일 발생한 강진으로 무너져 내려 있다. KTJ서포팅 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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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옴 경남미얀마교민회 대표는 “다른 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미얀마인의 경우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 누나가 사는 집 건물이 모두 무너졌다”며 “참사 소식을 듣고도 해외에 있어 고국으로 바로 가보지도 못하고 애만 태우고 있다 한다”고 말했다. 현지 동포들의 안타까운 사정에 경남 지역 미얀마인들은 28일 저녁부터 모금운동까지 나섰다. 만 하루 만에 5,000만 원 이상 모았다.

국제사회의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자국 응급의료구조대 37명이 전날 양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우선 200만 달러(약 3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군부, 재해 와중에 공습 강행


자연 재해로 자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 미얀마 군부는 반군 공습을 멈추지 않았다. AP통신은 지진 발생 세 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군정은 진앙지와 가까운 나웅초 지역 반군 근거지에 폭격을 가해 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조사위원은 "사람들을 구하고 있는 와중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며 "군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누구라도 이런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압박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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