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프라다 매장 모습. 기사와 무관.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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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명품 거래 플랫폼인 발란의 대금 미정산 사태로 온라인 명품 버티컬(전문) 시장에 '투자리스크'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시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온라인 명품 시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초 뚜렷한 수익모델 없이 '빅모델'에 의존해 외형 확장에만 치중한 탓에 '예견된 결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발란, 결제 중단으로 사태 확산
30일 명품·유통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 24일 일부 입점사에 정산대금을 입금하지 못해 피해가 커지고 있다.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300억원 안팎으로, 전체 입점사는 1300여개다. 대금 미정산과 함께 발란이 기업회생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까지 돌면서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논란을 빚었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재연도 우려되고 있다. 발란은 지난 28일 밤부터 상품 구매·결제도 모두 막혔다. 발란의 자체 결제서비스인 발란페이도 멈춘 상태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정산 문제 해소와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외부 자금 유입을 포함한 구조적인 변화까지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2023년만 해도 약 32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2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최근 기업가치는 2년 전 기업가치의 10분의 1 수준인 300억원가량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발란은 국내로 시장이 한정되고 브랜드 네트워크도 부족하다 보니 기존 투자자들도 추가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 속에 몸값을 대폭 낮춰가며 투자를 유치하길 반복했다"고 말했다. 발란은 2015년 출범해 2021년에는 모델 김혜수를 기용할 정도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코로나가 끝난 해인 2023년부터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그해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지금까지 700억원의 투자금을 받은 발란은 출범 후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채 최근 75억원 투자 유치에도 미정산 사태를 초래했다.
'빅모델 기용' 단순 사업에 한계 드러내
발란뿐 아니라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로 불리며 한때 잘 나가던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전반도 흔들리고 있다. 머스트잇은 2023년 기준 영업손실만 79억원에 달한다. 트렌비 역시 2년 새 기업가치가 3분의 1 토막 났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패션디자인과 교수는 "국내 명품 거래 플랫폼들은 과당 경쟁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 광고를 하지 않으면 매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 사실상 수익모델 자체가 없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버티컬 플랫폼들은 취급 상품군을 확대하고, 종합 플랫폼들은 버티컬 서비스를 강조하는 식으로 비슷비슷해지는 가운데 업계 '1등' 플랫폼만 살아남는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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