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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판결 100일…대기업 55% "인건비 5% 이상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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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전경.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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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이 나온지 100일이 지났지만 산업현장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것은 물론, 줄소송까지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통상임금 판결 100일을 맞아 조건부 상여금이 있는 기업 17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3.5%는 “통상임금 충격이 상당한 부담이 되거나 심각한 경영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19일 통상임금에서 ‘고정성’ 요건을 폐기해 재직조건 조건이 붙은 정기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도록 판결했다.

기업들의 가장 큰 걱정은 인건비 증가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미사용수당 등 각종 수당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실제 개편된 통상임금에 따른 임금 상승률을 물어보니, 대기업의 55.3%가 ‘5% 이상 상승했다’고 답했다. 특히 '15% 이상 상승한다'는 응답도 13.8%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25%가 ‘5% 이상 상승’, 7.9%가 ‘15% 이상 상승’이라 응답했다.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인건비 지급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만큼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 A사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더니, 이번에는 법원이 기존 판례에 맞춰 잘 지급해 온 통상임금을 법에 미달한다며 체불로 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임금 인상을 최소화하거나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정기 상여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응답 기업의 32.7%는 대응 방안으로 ‘임금 인상 최소화‘를 꼽았고, 이외에 ‘정기 상여금 축소 또는 대체(24.5%)', ‘시간 외 근로시간 축소(23.9%)', ‘신규 인력 감축(18.9%)',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성과급 확대(17%)' 순으로 이어졌다. 실제 중소 제조업체 B사는 매년 명절마다 지급하던 현금 상여금을 선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선 노사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소송전도 이어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최근 사측을 상대로 통상 체불임금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HD현대중공업 노조도 퇴직자들로 구성한 소송단을 꾸려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올해 임금 교섭의 핵심 의제가 통상임금 산입 범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장은 현실화하지 않았더라도 잠재된 소송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글로벌 지형이 바뀌면서 고강도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 중소기업 대표들은 통상임금 컨설팅까지 받고 있는 형국”이라며 “근로조건 결정은 노사합의라는 기본 원칙에 근거해 법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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