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삼성, 脫스마트폰’…2024년 역대 최대 매출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 10년 새 60%→29%
자율주행이 新성장엔진…전장용 MLCC 고성장
2분기 ‘게임 체인저’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 돌입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삼성전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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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기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60%에 육박했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주요 부품들을 납품하면서 ‘삼성전자 부품사’라는 평가에 오랫동안 갇혀 있었다.
그 해 출시된 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의 인기는 삼성전기의 실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시장은 삼성전자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삼성전기의 약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는 29.0%까지 내려갔다.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연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겼다.
삼성전기의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가 30% 밑으로 내려온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2019년만 하더라도 의존도는 47.1%에 달했다.
‘전자산업의 쌀’로도 불리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삼성전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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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전자장치’로 불리는 자동차를 겨냥해 전장 사업을 확대하고, AI 시대가 열리면서 오랜 기간 전자부품 사업을 영위해온 삼성전기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5년 역사 MLCC 사업…자동차에서 새 성장 기회
1973년 아날로그 TV 부품 사업을 시작으로 첫 발을 뗀 삼성전기는 1988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양산을 시작했다.
‘전자산업의 쌀’로도 불리는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과 PC처럼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의 핵심 부품이자 삼성전기의 실적을 오랫동안 지탱해온 주력 제품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올 1월 CES2025 미디어 간담회에서 신사업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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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탑재되는 IT용 MLCC가 1000개 정도에 불과한 반면, 자동차의 동력전달과 안전·주행·인포테인먼트 등을 위해 탑재되는 전장용 MLCC는 3000개에서 최대 1만개에 달한다.
가격도 3배 이상 비싸 삼성전기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및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전장용 MLCC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 결과 전기차 시장 위축에도 지난해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은 2023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했다. 삼성전기는 전 제품 라인업 확대와 신규 거래선에 추가 진입한 것이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플라스틱 렌즈와 유리 렌즈의 장점을 결합한 전장용 하이브리드 렌즈를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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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사업 역시 전장에서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자율주행이 고도화할수록 차량 내외부 모니터링을 위해 탑재되는 카메라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안전운전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후방 감시 카메라·블랙박스 카메라는 물론 사각지대까지 감지하는 센싱용 카메라모듈 적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자율주행차가 삼성전기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리’ 활용한 반도체 기판·인터포저로 성장 모색
삼성전기는 올 2분기부터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세종사업장에서 유리기판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2027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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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산업이 스마트폰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자율주행, 서버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면서 삼성전기는 그동안 전자부품 제조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 개발에 한창이다.
‘전장용 하이브리드 렌즈’도 그 중 하나다. 전장용 하이브리드 렌즈는 스마트폰 카메라에 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렌즈와 유리 렌즈의 장점을 결합한 제품이다. 고온, 흠집에 강하고 카메라의 소형화, 경량화를 기대할 수 있어 최근 차량용 카메라 업체들이 개발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콘세직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는 전장용 카메라 시장이 2023년 31억달러에서 2030년 85억달러로 연평균 약 13.8% 성장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카메라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전장용 하이브리드 렌즈의 대량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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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스(유리) 기판’ 역시 삼성전기가 제시한 미래 성장동력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얇고 매끄러운 표면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반도체 업계는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메모리 등 여러 반도체를 하나의 기판 위에 올리고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 기판은 표면이 고르지 못하다보니 여러 반도체를 하나의 기판 위에 얹어 패키징할 때 중간에 실리콘을 끼워 넣어 단점을 상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체 패키징이 두꺼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유리 기판을 사용하면 이를 해결해 더 많은 칩을 얹으면서 두께는 줄일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 기판은 커질수록 휘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유리는 단단한 특성 덕분에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나의 기판 위에 서로 다른 칩을 이어 붙여 패키징하는 과정에서 수축이나 뒤틀림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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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한 AI 반도체가 각광받는 시대에 유리 기판이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면서 삼성전기도 지난해 유리 기판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전기는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 세종사업장에서 올 2분기부터 시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2027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를 대체할 ‘글라스 인터포저’ 개발도 최근 공식화했다. 반도체 기판과 칩 사이에서 원활한 연결을 돕는 인터포저는 현재 가격이 비싼 실리콘으로 만들어진다.
유리로 만든 글라스 인터포저는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열과 충격에 강해 기존 실리콘 인터포저를 대체할 차세대 소재로 꼽힌다. 유리 기판과 개발을 병행해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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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커패시터’는 삼성전기의 신사업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1월 컨퍼런스 콜에서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등을 대상으로 실리콘 커패시터를 판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 사장은 최근 “글로벌 AI 고객을 상대로 이미 제품을 출하 중”이라며 “올해 (실리콘 커패시터로) 의미있는 매출을 만들겠다”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세라믹 대신 실리콘 웨이퍼를 활용한 실리콘 커패시터는 매우 작게 만들 수 있어 반도체 패키지의 두께를 슬림하게 설계할 수 있다. 덕분에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에 가까이 위치해 고속 데이터 전송에 유리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에 거래선을 더욱 다변화해 실리콘 커패시터로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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