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쟁 같았던 산불 현장, 그날의 상황은 119 신고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번지는 산불에 주민들은 진화 헬기를 보내달라고 다급하게 요청했지만, 보낼 헬기가 없단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양빈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칠흑같이 어두운 밤, 시뻘건 불길이 산 능선을 타고 이어집니다.
인근 지역 소방 헬기와 대원들까지 총동원했지만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입니다.
[(이곳) 호수 쪽 인원이 조금 부족합니다!]
이날 경남 산청군 화재는 현장에서 9명이 고립될 정도로 빠르게 번졌습니다.
비슷한 시각, 다른 지역에서도 화재 신고가 빗발쳤습니다.
차로 1시간 반쯤 걸리는 경남 김해시.
신고자는 애타게 산불 진화용 헬기를 찾습니다.
<우리 헬기가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 다 투입됐어요. 저희 소방차는 출동했거든요.>
소방대원은 헬기가 인근 지역 화재에 다 투입됐다면서 대신 소방차를 보냈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소방차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신고자는 산 위쪽으로 불이 번지는 상황에서 차가 올라가지 못한다며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경남 산청군으로 헬기 지원을 보낸 울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곳곳에서 헬기 지원 요청이 들어오지만 "지금 울산에 없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헬기가 빨리 떠야 진화가 빨리 될 건데>
<헬기가 다른 지역에 지원 가서 울산에 헬기가 없어요 지금.>
결국 주민들은 사방으로 확산하는 산불을 피해 스스로 대피해야 했습니다.
[OO야 피해. {빨리 가. 할머니.} 태워, 태워. {할머니 이쪽으로 오세요.}]
[우리 손주들 좀 태워주세요.]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산불과 사투를 벌이다 결국 소방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도 났습니다.
30년 가까이 된 노후 기종.
사고로 블랙박스까지 훼손돼 사고 원인 규명이 쉽지 않습니다.
부족한 인력과 장비를 보충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피해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화면제공 산림청 /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김성회 의원실]
[영상취재 김준택 김대호 / 영상편집 박수민 / 영상디자인 조승우]
양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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