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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 (화)

무서운 中테크 굴기에 … 이재용, 반도체·전장 공략 광폭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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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중국 방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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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중 갈등의 와중에 중국 시장 다지기에 나선 것은 중국 첨단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중국 기업과 스마트폰·TV·생활가전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 기업이 주요 부품 구매자라는 점에서 '경쟁적 협력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중국을 외면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외국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건 투자 유치가 절박하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지만 한국 반도체 기업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번 중국 방문길에 중국 내 주요 기업을 돌며 '공급망 외교'를 펼쳤다. 지난 23일엔 중국 베이징을 찾아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어 보아오포럼이 열리는 하이난다오로 자리를 옮겨 개막식에 참석했다. 개막식에서는 당 서열 6위 딩쉐샹 상무부총리가 기조연설을 했는데, 이 회장과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공식 행사를 전후해 중국 대표 기업 CEO들과 회동을 했다. 22일에는 베이징에 있는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을 만났으며, 보아오로 가는 길에 선전을 들러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올해는 작년보다 30% 성장한 약 165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추산된다. '슈퍼 벤더'인 삼성에는 큰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전기차의 전자제어 시스템에 필수적인 MCU(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 파워IC(PMIC), 차량용 이미지센서, 5G·V2X(차량·사물 간 통신) 통신칩, 인포테인먼트용 시스템온칩(SoC)을 포함한 광범위한 반도체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용 클러스터, 센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고해상도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공급할 수 있다. 삼성SDI는 원통형, 파우치형, 각형 등 전기차에 필요한 다양한 배터리 폼팩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만은 차량 내 디지털 콕핏 시스템을 비롯해 JBL·하만카돈·뱅앤올룹슨 등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삼성은 부품, 시스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물류에 이르는 전방위 전장 플랫폼 제공 능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다.

복병은 중국 부품 기업의 급성장이다. 과거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자서전을 통해 삼성전자의 공급망 위상을 토로한 바 있다. 2015년 샤오미가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삼성으로부터 OLED를 공급받으려 했지만, 2년 뒤에나 납품받을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당시 레이쥔 회장은 "삼성의 디지털 산업 공급망 지배력이 절대적이었음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이쥔 회장은 최근 중국 언론을 통해 "중국 주류 스마트폰 브랜드의 플렉서블 OLED 현지화율이 98.2%에 달한다"면서 "이제는 삼성이 공급을 끊는다고 해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21.6%로, 20.4%인 미주 매출 비중을 넘어선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 위상을 재확립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국은 삼성전자의 주요 생산 거점이기도 하다. 시안 반도체 공장은 삼성의 유일한 중국 메모리 생산시설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전체의 40%를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중국 톈진과 가오신에서 카메라 모듈을 비롯한 부품 생산을, 삼성디스플레이는 톈진과 둥관 지역에서 스마트폰용 OLED 패널 모듈을 만들고 있다. 삼성SDI는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배터리·전자재료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이 시 주석과 독대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내 기술 협력과 공장 운영의 지속가능성,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 완화 등을 두고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

[이상덕 기자 /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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