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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마을 곳곳에 화마 상흔…울주 이재민 "집은 무사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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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외벽·논밭에 산불 할퀸 흔적 뚜렷…산소가 불에 타기도

연합뉴스

산불에 타버린 밭
[촬영 장지현]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마을에 돌아와서 집이 무사한 걸 보니까 눈물이 다 납니다."

28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귀지마을. 이 마을은 지난 22일부터 온양읍 대운산 일대에서 기세를 키운 산불이 하루 만에 마을 바로 뒤까지 번져 하마터면 큰 피해를 볼 뻔한 동네 중 하나다.

이번 산불은 엿새간 931㏊(헥타르)를 태우고 진화됐다. 울산 지역 역대 산불 가운데 최대 피해 면적이다. 대운산 일대 주민 355명이 대피했다가 산불이 완전히 진화된 27일 밤부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행히 귀지마을에서 산불에 소실된 주택은 없었지만, 뒷산과 가까운 곳에 있는 몇몇 주택 외벽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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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건물
[촬영 장지현]


일부 주민은 산속에 뒀던 트랙터를 잃었고, 또 다른 주민은 가족의 산소가 불길에 휩싸여 타버리기도 했다.

산 아래쪽 누군가 정성껏 가꾼 듯 가지런히 정렬된 텃밭과 논밭에도 불길이 뻗친 듯 까맣게 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을 입구 버스 정거장 유리 벽은 산불 열기를 이기지 못한 듯 산산조각이 나 있었고, 골목 어귀의 어린나무는 꽃망울을 채 틔우지도 못한 채 그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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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열기에 깨진 버스정거장 유리벽
[촬영 장지현]


평생을 지켜온 삶의 터전을 잃을까 봐 엿새간 발을 동동 굴렀던 마을 주민들은 "이만하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 유모(83) 씨는 "대피소에선 보이지도 않고, 우리 집이 탔을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며 "며칠 동안 잠도 못 잤는데 어제 와보니 집이 무사해서 얼마나 다행스럽던지…"라고 하며 눈물을 훔쳤다.

또 다른 주민은 "골짜기랑 골짜기 사이에서 불이 들이치는데 너무 놀라 이것저것 챙길 여유도 없이 대피했다"며 "어젯밤 돌아와 보니 집 안에 잿가루가 날려서 한참을 환기하고 나서야 잠들 수 있었다. 그래도 집이 안 탄 게 어디냐"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집 구석구석에 밴 탄내를 내보내고 며칠간 내버려 둔 전답을 가꾸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에 분주했다.

집 뒤편 밭에서 들깨 파종 작업을 하던 한 주민은 "원래 좀 더 일찍 심었어야 했는데 불이 나서 시기가 조금 늦어졌다"며 분주히 삽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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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버린 밭
[촬영 장지현]


대운산 자락인 마을 뒷산 소나무 군락과 대나무숲은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마다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주민들은 일평생 함께했던 산을 잃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공구를 가지러 잠시 집을 나선 한 주민은 타버린 산을 보곤 "아이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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