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01 (화)

[외교문서] "굴욕적이란 의견도"…제네바 합의에 한국 '패싱' 우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클린턴과 통화 위한 김영삼 '말씀자료'에 한국 배제 불만 담겨

연합뉴스

김영삼-클린턴 대통령 통화 '말씀자료'
[외교부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과정에 김영삼 대통령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강한 어조로 한국 '패싱'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을 정황이 외교 문서로 확인됐다.

28일 외교부가 공개한 1994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영삼 대통령은 당시 '3단계 북미고위급 회담'(8월 5∼12일) 직후인 8월 17일 클린턴 대통령과 38분가량 전화 통화를 했다.

당시 북미회담에서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경수로 지원, 원자로 건설 동결, 잠정 에너지 제공 등 '주요 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정식 합의는 10월 21일 체결된다.

당국이 준비한 '말씀자료'를 보면, 김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미북한 간 합의 발표문에 남북대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점과 관련,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북한 핵문제 교섭이 당사자인 우리가 배제된 채 미북간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실을 굴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하기로 되어 있다.

이어 "심지어 미국이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론마저 있어 우리 정부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아직도 한국과의 실질적 관계진전 없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가능하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쓰여 있다.

또 "한미 양국은 북측의 한미 간 술책을 계속 경계하면서 남북대화 진전의 중요성을 북측에 확실하고 끈질기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라는 문구도 담겼다.

해당 문건은 통화 준비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통화에서 어느 정도 수위로 발언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통화 이후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서는 "김 대통령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동족으로서 지원할 용의가 있으며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 간 추호의 틈새도 없이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기로 했다"는 등 표현만 담겼다.

하지만 당시 북미협상 과정에 한미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합의문에 남북대화 관련 문구가 없었던 점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강한 우려를 가졌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이런 분위기는 이듬해 합의 초기 이행 과정까지 이어져 '한국형 경수로 도입'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4년 제네바합의 20주년 세미나에 나선 1994년 협상 주역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SAIS) 주최로 열린 '제네바합의 20주년' 세미나에 1994년 당시 협상을 이끌었던 주역들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다케우치 유키오(竹內行夫) 전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한승주 전 외교장관, 조엘 위트 SAIS 객원교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대북특사,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대북특사. 2014.10.21 <<국제뉴스부 기사 참조>> smile@yna.co.kr


hapyr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