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과 통화 위한 김영삼 '말씀자료'에 한국 배제 불만 담겨
김영삼-클린턴 대통령 통화 '말씀자료' |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과정에 김영삼 대통령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강한 어조로 한국 '패싱'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을 정황이 외교 문서로 확인됐다.
28일 외교부가 공개한 1994년 외교문서에 따르면 김영삼 대통령은 당시 '3단계 북미고위급 회담'(8월 5∼12일) 직후인 8월 17일 클린턴 대통령과 38분가량 전화 통화를 했다.
당시 북미회담에서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경수로 지원, 원자로 건설 동결, 잠정 에너지 제공 등 '주요 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정식 합의는 10월 21일 체결된다.
당국이 준비한 '말씀자료'를 보면, 김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미북한 간 합의 발표문에 남북대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점과 관련,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북한 핵문제 교섭이 당사자인 우리가 배제된 채 미북간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실을 굴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하기로 되어 있다.
또 "한미 양국은 북측의 한미 간 술책을 계속 경계하면서 남북대화 진전의 중요성을 북측에 확실하고 끈질기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라는 문구도 담겼다.
통화 이후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서는 "김 대통령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동족으로서 지원할 용의가 있으며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미 간 추호의 틈새도 없이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행동을 주시하기로 했다"는 등 표현만 담겼다.
하지만 당시 북미협상 과정에 한미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합의문에 남북대화 관련 문구가 없었던 점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강한 우려를 가졌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이런 분위기는 이듬해 합의 초기 이행 과정까지 이어져 '한국형 경수로 도입'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제네바합의 20주년 세미나에 나선 1994년 협상 주역들 |
hapyry@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