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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 (수)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단독]“의대생 집단행동, 명분 찾기 어려워… 대안 내놔야 정부와 협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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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사실상 복귀]

의약분업 투쟁 나섰던 권용진 교수

“미래 직업 불안감에 휴학한다면… 대한민국 모든 대학생 해야할수도

정부도 작년에 정원 환원했어야”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가 26일 본보 인터뷰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의대생을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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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명분을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의사가 아닌 의대생 투쟁은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55)는 26일 본보 인터뷰에서 “투쟁은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과 방법의 정당성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이 1년 넘게 학교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의대생들은 아직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 때 집단 파업을 주도했던 대한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회에서 총괄 간사를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전공의 선생님들께’라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전공의 집단행동의 법적 위험성을 경고하는 등 의료계를 향해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 “의대생, 의정 갈등과 관련해 객관적이어야”

권 교수는 의대생들을 향해 “학생들이라면 최소한 정부 문제와 의료계 문제에 대해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가 아닌 학생이라는 청춘이 아름다운 것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정의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의대생에겐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에 반대해서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면서도 “책임과 피해는 본인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직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휴학한다면 대한민국 모든 대학생이 휴학해야 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양해가 어렵다”고 했다.

의대생이 정부 정책에 반대했다면 스스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목표 달성을 위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 (투쟁이) 길어지는 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안을 내놓아야 정부와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려대 의대생의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실명으로 등록금 미납 상황을 인증해 달라는 글이 게시됐다. 그는 “지성의 전당에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명백한 폭력이다.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권 교수는 의대생에게 의료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나마 의과대학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낮은 편이다. 다른 학생은 두려움이 더 크다”고 현실을 짚었다.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어 (건강) 보험료로 수입을 유지해야 하는 의사가 지금보다 수입이 좋아지는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 “정부, 작년에 의대 모집인원 환원했어야”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향해선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안에 대해서 의협은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며 “전공의가 의협 등기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전공의는 의협이 대안을 못 만든다고 비판할 위치에 있지 않다. 그 안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의대생 제적 등을 걱정했다면 지난해 의대 모집인원을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고 교육 정상화 등의 조치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정부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고령사회에 대비하고 필수 의료과에서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현재 나온 안으로는 목표가 달성될 수단이 미흡해 보인다”고 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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