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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닮은 AI로봇이 짐 나른다"···물류 자동화 혁명 눈앞으로 [스케일업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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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목 콘토로 로보틱스 대표 인터뷰

2022년 美텍사스 오스틴서 설립

아마존·쿠팡 등 1200만弗 투자

NASA의 로봇 제어기술 적용해

컨테이너 물품 하역작업 AI전환

토이저러스 물류센터 적용 완료

속도 향상·정확도 개선 등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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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물류 상하차 작업은 대표적인 기피(3D) 업종으로 꼽힌다. 고온·저온을 오가는 환경에서 하루 수천 개의 박스를 반복적으로 옮기는 고강도 노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물류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점점 늘어나는 인건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로봇공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AI로봇 솔루션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류 시장에서 자동화 혁명을 이뤄낼 유망 기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한인 창업 스타트업인 '콘토로 로보틱스(이하 콘토로)'를 들 수 있다. 콘토로는 2022년 2월 윤영목(사진) 대표가 설립한 AI 기반 물류 하역 로봇 솔루션 개발 기업이다. 윤 대표는 뇌졸중 재활 등에 활용되는 의료 로봇을 개발업체 '하모닉바이오닉스' 창업에 이어, AI로봇으로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윤 대표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친 뒤, 미국 텍사스대학교로 유학해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창업한 이유로, 박사 과정 중 텍사스대 연구실이 미국 정부 기관들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은 경험을 꼽았다. 당시 그가 몸담았던 연구실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항공우주국(NASA) 등으로부터 자금과 기술을 지원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윤 대표는 자연스럽게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연구실 지도교수, 동료들과 함께 창업을 하게되면서 텍사스에 터를 잡게 됐다"면서 "향후 한국 시장에서도 사업 기회가 생긴다면, 한국 법인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로봇 제어 기술로 고된 상하차 노동 문제 해소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윤 대표는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했던 힘든 물류 하역 작업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며 "AI가 적용된 로봇이 하역 작업을 하고, 실패하는 경우 원격으로 사람이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핵심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콘토로는 사람을 대신해 컨테이너에서 박스 등 물품을 꺼내 컨베이어 벨트로 옮기는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콘토로의 경쟁 업체로는 현대차(005380)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미국의 '피클로봇' 등이 거론된다. 최근 콘토로는 물류 자동화 기술의 우수성을 높게 평가받아 아마존과 쿠팡, 두산(000150)을 비롯해 SV인베스트먼트(289080),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200만 달러(176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윤 대표가 AI로봇 기술을 통해 물류 하역 자동화에 나선 것은 해당 시장의 규모가 크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명확해서다. 글로벌 물류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물류센터 내 하역 작업 분야는 여전히 인간 노동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컨테이너 하역은 반복적이고 육체적 부담이 큰 업무로, 근골격계 질환 등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윤 대표는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인건비 부담을 떠나서도 이 분야는 대표적인 기피 업무여서 인력 확보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하더라도 물류 하역의 자동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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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형 AI로 물류센터 현장 상황 학습해 효율 향상

콘토로가 개발·서비스하고 있는 물류 하역 AI로봇은 아직 정확한 명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로부터 '닥덕'으로 불린다. 물건을 내려 놓는다는 뜻의 ‘닥(Dock)’과 로봇의 생김새가 오리와 닮아있어 '덕(Duck)'이 합쳐졌다.

콘토로의 닥덕은 사물을 식별하는 '센서'와 박스를 집는 '그리퍼', 박스를 이동시키는 '산업용 로봇팔' 등으로 구분된다. 콘토로는 AI 로보틱스 기업으로서 로봇 제조보다는 AI 기술을 활용한 로봇 제어 솔루션 개발 기술이 핵심 역량이다. 특히 적응형 AI 기술을 활용해 콘토로의 AI 로봇은 여러 물류 컨테이너 환경에 맞게 학습해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도를 높여나가도록 하고 있다. AI로봇이 각 물류센터의 환경과 물품 종류 등 현장 상황에 적응하며 작업 효율을 스스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또 콘토로는 박스를 집는 그리퍼 제조에 대해서도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윤 대표는 "AI 학습과 이를 활용한 원격 로봇 제어, 박스를 손쉽게 집을 수 있는 그리퍼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우리의 AI 로봇을 도입하고 첫 주에는 96~97%의 정확도를 보이고, 한 달 정도 지나면 물류 하역 정확도가 99.5% 수준으로 올라가 사람의 개입 비중이 0.5% 정도에 불과할 정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콘토로는 로봇 원격 제어 기술은 NASA의 기술도 일부 적용됐다. 윤 대표는 텍사스대 연구실 시절 NASA로부터 원격 제어 기술을 제공받아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는 NASA가 달이나 화성으로 로봇을 보내고, 이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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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저러스 물류센터 상용화···쿠팡·두산과도 협력 협력 타진

콘토로는 이미 해당 AI로봇의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대표 고객사로는 미국의 '고!리테일그룹(Go! Retail Group)'이 있다. 고!리테일그룹은 전 세계 최대 장난감 매장인 '토이저러스'의 플러그십 매장과 미국내 최대 팝업 스토어인 '캘린더스닷컴' 을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은 지난해 6월부터 자체 물류센터에 콘토로의 AI 로봇을 적용해 물류 하역을 진행 중이다. 또 콘토로는 고! 리테일 그룹 외에도 애완동물 용품 판매 기업, 식품 기업 등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또 콘토로는 이번 투자자로 참여한 쿠팡, 두산그룹과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7년에는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도 콘토로의 AI로봇이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대표는 "최근 상용화 사례를 통해 기술적 역량에 대해선 어느 정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최근 확보한 투자금을 활용해 더욱 적극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품질 수준도 대대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으로는 정확도와 속도를 꼽았다. 아직 AI로봇의 물류 하역 작업 정확도의 최대치가 99.5%에 불과해 완전 자동화라고 보긴 어렵다. 또 속도도 아직은 사람이 작업하는 것보다는 느리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윤 대표는 “속도 부분은 앞으로 18개월 안에는 사람이 작업하는 것보다 빠르게 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AI 기반 물류 하역 정확도를 99.9%로 향상시키고, 5년 안에 이 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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