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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제일약품 오너 3세 한상철 체제 공식화…지분 확보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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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홍연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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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제일약품이 오너 3세 체제를 본격화했다. 한상철 제일약품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에 오르며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지주사 지분 확보 등은 과제로 남았다.

2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한상철 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전문 경영인인 성석제 대표와 한상철 대표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한상철 신임 공동대표는 제일약품 창업주 고(故) 한원석 회장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연세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로체스터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6년 제일약품 부장으로 입사해 마케팅 전무와 경영기획실 전무, 2015년 부사장을 거쳐 2023년 제일약품 사장에 올랐다. 현재 제일약품 지주회사인 제일파마홀딩스 대표를 2017년부터 겸직하고 있다.

한상철 신임 공동대표는 입사 후 초고속 승진하며 경영 수업 과정을 거쳤다. 특히 10년 전 부사장 승진은 사실상의 후계자 지명이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한 대표는 경영에 필요한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상품매출 중심이었던 제일약품의 체질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대표는 주로 신약 연구개발 집중과 사업 다각화, 신사업 발굴 추진 등을 주도했다.

한 대표는 경영에 참여한 후 제일약품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크게 늘렸고, 2020년에는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 테라퓨틱스 설립을 주도했다. 2019년 3.46%에 불과하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을 2022년 6.78%까지 확대해 지난해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자체개발 신약인 '자큐보정'(자스타프라잔)을 허가받으며 성과도 냈다. 온코닉은 지난달 중국 파트너사인 리브존제약에서 자큐보정에 대한 300만달러(약 43억7400만원)의 마일스톤을 수취했고, 이달 생산을 위한 양산기술(CMC)이전 작업을 완료하고 추가로 150만달러(약 21억8700만원)를 청구했다.

이번 이사회에서 한상우 전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도 주목할 점이다. 한상우 전무는 창업주인 고(故) 한원석 회장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차남이다. 한승수 회장이 1947년생으로 70대 후반에 접어든 만큼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한 지점이다.

다만 한승수 회장이 자녀에 대한 지분승계를 거의 하지 않은 점은 승계 작업 마무리에 난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한 회장은 지주사 제일약품홀딩스의 최대주주로서 여전히 제일약품의 '사실상의 지배주주'인 상태다.

구체적으로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한 대표는 제일파마홀딩스 대표를 맡고 있지만 지분 보유는 9.7%에 그쳤다. 한 회장은 57.8%로 지배력이 공고하다. 이외에 한 전무는 2.85%를 갖고 있다.

이는 제일약품이 계열사 없는 단독회사였던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지분 구조다. 지주회사 전환 직전 제일약품 지분율은 한 회장 27.3%, 한 대표 4.7%였는데, 지난 2017년 인적분할로 지주사를 만든 뒤에도 한 대표의 지분 매입은 더뎠다.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지분율만큼 신설회사 주식을 배정받은 만큼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한 대표 ​지분이 늘어나지 않았고, 이후 장내 매수를 통해 소폭 지분을 늘리긴 했으나 여전히 부친 지분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 대표는 제일파마홀딩스 뺀 다른 계열사 지분도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핵심 계열사인 제일약품 지분 0.61%와 제일약품의 일반의약품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제일헬스사이언스 지분 4.57% 등을 보유하는 데 그친다. 현재로서는 관계사 흡수합병 등을 통해 지분을 높이는 방식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회장이 일찌감치 장남을 후계자로 낙점하고도 지분승계가 더딘 이유는 막대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 탓으로 분석된다. 26일 현재 한승수 회장의 제일파마홀딩스 지분 가치는 714억원 수준이다. 상속 및 증여를 통해 한 사장에게 지분을 물려준다면 과세표준 30억원을 넘겨 최고세율 50%가 부과되는데, 이것만으로도 이미 357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경영권 프리미엄) 관련 가산세까지 더해지면 실질적인 세율은 6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세금 문제를 해결할 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 한 대표는 제일약품과 제일파마홀딩스에서 모두 5억원을 밑도는 보수를 받고 있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세금을 처리하기엔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상속세를 일부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지만 이 역시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 300~6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해주는 제도인데, 중견기업의 경우 상속개시일의 직전 3개 소득세 과세기간 또는 법인세 사업연도의 매출액의 평균금액이 5000억원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제일약품은 최근 3년 매출이 모두 7000억원대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로 떠들썩했지만, 본질은 상속세 등 세금 문제였다"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공동대표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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